[사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충북 영동군이 총 사업비 211억 9천만 원을 투입한 황간물류단지내에 무인텔 두 곳이 영업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동군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기업유치경쟁에서 밀리면서 일자리부족, 인구감소, 고령화현상 심화등 악순환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한 물류단지에 물류관련 기업대신 소비향락산업인 무인텔이 들어선 것은 명백히 혈세낭비다. 보도에 따르면 영동군은 "(무인텔이)입주 업체 유치 등에 긍정적인 기능도 한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변명을 공감할 기업과 지역주민들은 없을 것이다.

황간물류단지는 지난 2011년 영동군과 동원건설산업㈜이 민·관합동개발 계약을 맺고 황간면에 26만 3587㎡ 규모로 조성됐으나 준공 2년이 넘도록 분양률이 81.5%에 머물고 있다. 분양되지 않은 용지는 군이 80%, 동원건설산업이 20%를 나눠 매입키로 한 계약에 따라 영동군이 미분양 용지 80%에 달하는 면적 8만4천380㎡를 총 75억 332만4천500원을 들여 매입했다. 민·관 공공개발이지만 대부분 세금으로 충당됐다. 무엇보다 이곳에 입주한 기업은 법인세·소득세를 3년간, 취득세는 15년간, 재산세는 5년간 100% 감면 등의 혜택을 주어지는 등 인센티브가 주어졌지만 영동군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반면 무인텔 업주는 2014년 3.3㎡당 40만원에 단지 안 지원시설 용지 1천305㎡를 분양받았다. 숙박시설을 지을만한 주변 땅값이 3.3㎡당 100만원을 상회한다고 한다. 또 이곳은 물류단지내에서도 위치가 좋은 곳으로 알려졌다. 무인텔 업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알토란같은 부지를 분양받은 것이다.

당연히 물류단지에 무인텔이 들어선 것에 대해 주민들로 부터 반발이 거세다. 생산·유통시설이 들어서면 고용창출과 세수확대가 기대되지만 무인텔은 밤마다 반짝이는 네온사인과 불법현수막 때문에 동네 분위기만 깨트리기 때문이다. 당장 인근 면사무소에 무인텔에 대한 민원이 잦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영동군의 변명은 궁색하고 황당하다. 관련법에 물류단지 기능증진을 위한 주택과 숙박·운동·위락·근린생활시설을 입주를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무인텔이 물류단지 기능을 증진시킬 것이라는 발상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체 무인텔 입주와 기업유치가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영동군은 군세(郡勢)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대부분 군 단위 지자체가 처한 현실이기도 하지만 영동군도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지난 1965년 12만4천75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가파르게 하락해 현재 5만 명 선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유원대학교가 있기 때문에 이 정도다. 이런 열악한 여건에서 200억 원대의 혈세로 물류단지를 조성해놓고 무인텔을 잇따라 입주시킨 것은 지역의 성장동력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도로와 학교, 주거 인프라를 제대로 갖춘 지자체도 기업유치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역의 미래를 위해 영동군은 더욱 열심히 뛰어야 한다. 무인텔 허가처럼 업주만 배불리는 쉬운 길만 선택한다면 앞으로 기업유치는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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