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최용현 변호사

청주상당공원에서 열린 탄핵 기각을 위한 태극기 집회 김학철 도의원 발언 장면 / 중부매일 DB

자유한국당 김학철 도의원이 수해중 해외연수에 더하여 '레밍' 발언으로 전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그는 이 발언에 대하여 사과나 반성할 의사가 없는 듯, 의도적 편집과 왜곡 전달이 있었다고만 주장한다.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몇 주전에 지역방송사에서 김 도의원과, 탄핵반대 집회에서의 그의 '미친개' 발언에 대하여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그는 자신의 미친개 발언에 대하여 전혀 사과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그 김 도의원이 한국당의 제명처분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했다고 한다. 그는 수해중 해외연수 논란에 대하여는 국회의원들의 외유와 문재인 대통령의 휴가를 걸고넘어졌다. 그렇다면 레밍이나 미친개 같은 막말은 어떻게 변명할까? 필자가 김 도의원에게 최고의 항변전략을 권해준다면, 홍준표 한국당 대표를 걸고넘어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홍 대표만한 막말의 아이콘도 없다. 더욱이 그의 막말은 거의 모두 여성, 비정규직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향했기에, 김 도의원보다 윤리적 비난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는 한국당 대선후보로 나섰고 대선이후에는 대표로 선출되었다. 이보다 더 탁월한 김 도의원을 위한 항변전략이 있을까?

보수 정치인이나 고위직들의 전근대적 인식, 궤변, 막말, 갑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는 이전의 여러 칼럼과 강연에서 우리 민족과 역사를 비하하고 소수자와 지방 주민을 조롱했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비록 사석에서지만 시민을 개돼지에 비유했다. 이둘은 낙마하거나 파면됐다. 그만큼 언행에 커다란 문제가 있었어도, 홍 대표처럼 굳건히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류석춘 한국당 혁신위원장이다. 그는 사회경제적 약자나 여성 등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극우 사이트인 일베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고, 촛불시민에 대한 폄하로 구설수에 오른 인물이다.

도대체 그들의 머리 속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최근에 보수주의들의 관대함, 장엄함, 신중함 속에 잠재된 속물근성, 조잡함, 폭력성을 발가벗겨 주목을 받은 책이 있다. 코리 로빈의 '보수수주의자들은 왜?'이다. 그는 홉스, 버크에서부터 미국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까지 300여년간의 다종다양하였던 여러 보수적 사상가?정치인?선동가들을 분석하며, 그들에게서 권력에 대한 집착, 최고 권력자에 대한 찬양, 하층민과 소수자에 대한 반감과 경멸, 이질적인 사람에 대한 폭력적 적대와 탄압 주문 등의 공통된 정서를 읽어낸다.

이들의 정서는 어떠한 세계관, 가치관에 기반한 것일까? 사실 이러한 정서는 홉스 이전으로 소급할 수 있다. 최초의 위대한 정치사상가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의 아테네 민주정체를 부정하고 계급적 사회와 위계적 국가로의 개조를 주장했다. 그들은 신이 시민들을 만들 때 금, 은, 놋쇠로 달리 만들었기에 이에 따라 계급적·위계적인 사회질서를 구축해야 하고, 놋쇠로 만든 열등한 시민은 금과 은으로 만든 엘리트들에게 절대 복종하고 순응하는 것이 정의라고 주장한다. 홉스와 버크, 그리고 김학철, 홍준표, 문창극, 나향욱, 류석춘, 일베와 같은 이들의 머리 속에는, 바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이러한 反평등적이고 反민주적인 계급적?위계적 세계관이 들어 있는 것이다. 그것이 때로는 일반 시민에 대한 비하로, 때론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조롱으로, 때론 속물적 언행과 온갖 갑질로, 때론 권력자에 대한 일방적 찬양으로, 때론 이질적이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원초적 탄압 주문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최용현 변호사

그들 중 누구는 자신의 막말이나 갑질에 대하여 사과를 했고, 누군가는 그러지 않았다. 그들 중 누군가는 자신의 언행에 대한 댓가를 치루었고, 누군가는 처벌이나 비난은커녕 더 높은 학문적, 정치적 지위를 얻었다. 사과를 해도 그것은 진심일 리가 없고, 처벌을 받아도 그들의 잘못된 언행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잘못된 세계관이나 가치관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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