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기노영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세탁기가 고장이다. 전원을 켜고 세탁 또는 탈수로 스위치를 놓고 타이머를 돌리면 '드르르르르'하는 소리와 함께 세탁기가 돌아가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소리가 나지 않을 때마다 세탁기가 멈춰 있다. 답답한 마음에 몇 번 치면 잠시 돌다가 또 멈춘다. 주중에는 공동 숙소에서 혼자 지내기 때문에 세탁의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산 소형 세탁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새로 살까!', '애초에 돈 좀 더 주고 좋은 것을 살 걸!',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분해에 들어 갔다. 세탁기 상판을 분해하고 컨트롤박스에서 타이머 스위치를 분리하는데 '텅'하고 튄다. 태엽이 다 풀리지 않은 상태였는지 그 힘에 부품들이 해체됐다. 다행이 부품들이 멀리 튀지 않았다. 애초에 타이머 구조를 본 적이 없으니 어찌 해야할 지 막막했다. 그냥 고물로 분리수거에 내어 놓을까 하다가 맞추기로 마음먹고 타이머 부품을 닦았다. 고장의 원인은 방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타이머 내에 물이 들어 가면서 기계작동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 같은 모델의 타이머 사진을 보고 조립을 하는데 몇 개 되지 않는 부품이지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원을 넣거나 차단하는 스위치, 시간에 맞추어 오른쪽 왼쪽 회전을 연결해 주는 타이머 회전기둥과 스위치, 그리고 이것들을 연결해 움직여주는 톱니바퀴, '드르르르르' 소리를 내며 작동중이라고 알려 주는 장치 그리고 태엽 등 다 맞추니 고무 하나가 남는다. 그것이 없어도 기계는 작동한다. 세탁기에 쓰인 스위치는 DXT15타이머 스위치다. 공장도 가격이 0.5~2달러까지 차이가 있다. 아마 구매량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기노영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요즘 언론, 서적 등을 뒤덮는 단어가 4차산업혁명이다.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혁명'으로 정의한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 플랫폼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산업의 고도화는 중요한 일이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기술자원은 자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2달러도 되지 않는 작은 부품들에 좌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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