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황영호 청주시의회 의장

지난 7월 16일 청주에 시간당 91.8㎜라는 유례없는 기습폭우로 인해 사상 최악의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푹우로 청주시 전역에서 주택 및 상가의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도로가 끊어지고 마을로 진입하는 다리가 끊겨 주민들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산사태로 인해 주택이 파손되고 사상자까지 발생했다. 농경지가 침수되어 오랜시간 정성들여 키워 온 농작물은 흔적도 없이 쓸려가고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 16일 오전부터 피해 현장을 둘러본 바로는 실로 그 피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처참한 모습이었다.

피해주민들은 망연자실했고, 살아갈 날이 막막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뭐라 그들의 아픔을 위로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고, 단숨에 해결할 수 없음에 죄스러울 뿐이었다. 피해 이튿날부터 전국 각지에서 찾아주신 자원봉사자들이 도로에 쌓인 토사를 치우고, 침수된 주택의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청소를 돕고 물을 퍼냈다. 침수된 농경지를 찾은 봉사자들은 농작물을 정리하고 무너진 하우스 잔재, 오물, 진흙으로 가득했던 현장을 정리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37사단, 공군 제17전투비행단, 공사등에서 지원 나온 군인들은 수해복구 현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전국의 자치단체에서 굴삭기와 덤프트럭 등 중장비를 지원해주고, 기업체, 단체 등에서의 수재의연금과 구호물품들이 답지했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생업을 뒤로한 채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와 복구에 힘을 보태주신 모든 분들에게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이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빠른 시일안에 응급복구가 이뤄지고 실의에 빠졌던 시민들은 기운을 되찾아 가고 있다.

그나마 7월 27일 청주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어 피해복구 비용의 일부를 국고에서 추가 지원받게 되어 시의 재정 부담을 덜고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국고 지원비는 공공시설에 대부분 쓰일 뿐 주택, 상가 등 사유시설과 농작물 피해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을 받을 길은 사실상 없다. 수해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미미해 이중고통을 받고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재난지원금과 지방세 및 공공요금의 감면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주택 침수의 경우 파손 정도에 따라 450만~900만원에 그치고 그마저도 단순 침수로 분류되면 100만원 정도의 지원이 전부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민간에 대한 추가 지원은 건강보험료, 전기요금, 통신요금, 도시가스 요금 등의 감면 지원이 전부인 셈이다. 현실에 맞지 않는 법률, 규정 등의 제도적인 한계로 피해 주민들이 다시 상처를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황영호 청주시의회 의장

지난 8일 대통령께서 가습기 피해자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셨다. 형편이 여의치 않고 침수 주택이 위태로워 아직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재민들이 있다. 이제는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자연재난 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을 조속히 개정해 수해 피해주민들에 대한 현실적인 피해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재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수립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정부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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