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윤배 전 청주대 총장 자료사진 / 중부매일 DB

청주대 설립자 후손이자 14년간 총장을 맡았던 김윤배 청석학원 이사가 지난 14일 이사직을 사임한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올바른 선택이다. 청주대는 정부재정지원대학이라는 부실대학의 오명을 뒤집어쓴 채 한때 학내 갈등으로 지역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면서 대학의 위상이 추락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에 따라 퇴출위기에 직면해 미래를 장담하기 힘든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내 갈등의 핵심인물이었던 김 이사의 사퇴로 청주대는 정상화의 전환점을 마련하게 됐다. 대학구성원들이 김 이사의 용단(勇斷)을 계기로 힘을 모아 위기를 타개하지 않는다면 청주대는 미래를 논할 수 없을 것이다.

설립자 3세인 김 전 총장은 논란의 주인공이었다. 오랫동안 총장을 맡으면서 청주대가 외형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끈 장본인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종합운동장에 이어 율량지구 인근에 지난해 오픈한 4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석우체육관은 청주대 발전을 상징한다. 전체 학생 수는 1만2천여 명을 상회한다. 연간등록금은 800만원 안팎으로 전국대학평균을 훨씬 상회하긴 하지만 정교수 연봉은 1억1천여만원대로 국내 최고수준이다. 무엇보다 학교적립금은 3천억원대에 달해 지방대중 최상위권이다. 학교 규모는 커졌고 재정은 튼튼해졌다. 청주대 만큼 학교가 뻗어나갈 수 있는 비옥한 환경을 갖춘 대학도 흔치않다.

하지만 그는 이런 건실한 여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대학사회가 학령인구와 대학진학률 동반 감소라는 엄청난 변화에 직면했지만 이를 외면했다. 총장의 독선과 불통은 대학을 후퇴시켰다.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도 내실을 추구하기보다 외형확대에만 치중한다면 부실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청주대는 지난 2001년 총장에 취임한 이후 10여년 간 부풀어올랐던 종기(腫氣)가 곪아 터졌다. 그가 총장 재임시절 청주대가 하위 15%에 해당된다는 부실대학 리스트에 올라 재학생들이 불이익을 받고 수많은 '동문'들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긴 것은 학내갈등의 불씨가 됐다. 이후 김 전총장이 재단이사로 전면에서 물러났지만 청주대는 여전히 깊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김 전이사의 용퇴는 대학발전을 위해 뜻 깊은 일이다. 그는 사임하면서 대학을 위해 백의종군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또 재단과 교수회와 노조등 대학구성원들은 김 전이사의 연임반대가 관철된 만큼 깊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3년째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묶여 있는 청주대는 교육부 평가결과를 앞두고 있다. 이 와중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청주대교수회가 대안도 없이 정성봉 총장사퇴를 요구한 것은 대학을 분열시키는 행위다. 이 시점에서 학내갈등을 조장하고 대립을 유도하는 세력이 있다면 도민들에게 지탄을 받을 것이다. 청주대는 특정인, 특정집단의 학교가 아니다. 숭고한 교육이념으로 개교한이후 10만명에 육박하는 인재를 배출한 지역 대표적인 사학으로 도민들의 마음속에 각인돼 있다. 김윤배 전 이사의 사임이 청주대 도약의 밑거름이 되고 누란(累卵)의 위기를 돌파하려면 학내구성원 모두 단합하고 화합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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