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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의 '갑질' 문화를 보며

기사승인 2017.08.13  17: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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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칼럼] 윤종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관병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7.08.08. / 뉴시스

지난 8월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개최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대통령은 최근 발생한 군부대 공관병에 대한 '갑질' 사건이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과 실망을 주었으며, 이는 비단 군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해외공관을 포함하여 공관을 보유하고 있는 모든 부처에 대하여 그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것은 우리사회의 소위 갑질 문화의 폐해가 이제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나설 정도로 그 심각성과 사회적 논란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래 '갑(甲)'과 '을(乙)'은 보통의 계약에 있어서 계약의 청약자 즉, 일정한 재화나 용역의 제공에 관한 계약 체결을 신청하는 사람을 '갑'으로, 계약의 승낙자 즉, 청약자의 요청에 응하여 일정한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사람을 '을'이라고 간단히 줄여서 계약서에 표시했던 관행으로부터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갑을(甲乙) 관계는 일반적인 물건 등의 납품에 관한 물품계약뿐만이 아니라, 사용자와 종업원 간의 근로계약,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간의 가맹계약 등 다양한 계약관계에서 형성된다. 근래에는 꼭 계약관계가 아니더라도 일정한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을 갑으로, 열위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을로 표현하기도 한다.

'갑질'이란 갑을관계 즉, 일반적인 계약관계나 기타의 법적?사실적 관계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갑'이 그 상대방인 '을'에 대하여 행하는 불합리한 요구나 지시, 하급자에 대한 일방적인 무시나 악행 등의 여러 행태들을 낮잡아 일컫는 말이다. 사실 갑질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동안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으며,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불합리한 행위로서 많은 사회적 지탄을 받아 왔다. 최근에만 보더라도 대기업 총수의 운전자에 대한 갑질,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맹점주에 대한 갑질, 재외공관에서의 소속 직원에 대한 갑질, 군대와 경찰에 있어서 상급자의 하급자에 대한 갑질,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 등의 산하기관에 대한 갑질, 심지어 직장 내에서 보직자의 평직원에 대한 갑질, 학교내에서 교수의 학생에 대한 갑질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갑질들이 알게 모르게 자행되어 왔다. 이와 같은 현상을 일컬어 '갑질 문화'라고까지 하는 걸 보면 우리사회에 갑질이 얼마나 오랫동안 만연되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갑질은 왜 일어나는가? 갑의 위치에 있는 개인의 인성의 문제인가 아니면 사회적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인가? 갑질의 내용을 보면 많은 경우 당사자인 갑의 자질과 품성 등 개인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난 고도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물질만능주의에 매몰되고, 학교와 직장에서의 비뚤어진 경쟁 심리와 지나친 성과우월주의 등 자본과 권력에 길들여진 우리사회의 그릇된 인식과 행태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누적된 불합리한 사회적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도 일정부분 부가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공관병 갑질 문제도 따지고 보면 그동안 관행적으로 운영되어 온 군대라는 공적 영역에서의 불합리한 제도운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윤종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간영역에서의 갑질도 문제지만, 특히 공공영역에 있어서의 갑질은 그 사회적 파급력이나 공공의 신뢰성 측면에서 매우 중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공공부문에서의 사람관계는 제도적?시스템적으로 형성되고 유지되며, 거기에서 발생되는 갑질은 우리사회의 근간인 공공의 사회적 신뢰와 건전한 문화적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적이나마 공공영역에서의 갑질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실효적 장치들을 조속히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즉,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많은 기관장 공관이나 고위공직자들을 위한 관사의 설치?운영에 관한 기준과 원칙을 제정하고, 특히 관련 직원들의 배치와 근무상황 등에 관한 사항을 외부에서 알 수 있도록 하여 국민들의 관심을 제고하고 시민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수직적인 공직 체계를 수평적 체계로 바꾸는 노력을 지속함과 동시에, 무엇보다도 고위공직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천될 수 있는 문화를 가꾸어나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 고위공직자의 임명과 관련한 인사청문 내용의 하나로서 갑질 여부가 중요한 요소로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중부매일 jb@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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