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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삶이 아름답게 바뀌는 세상을 꿈꾼다"

기사승인 2017.08.13  2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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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준의 사람과 삶]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터뷰

박상준 중부매일 논설실장이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신동빈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행복을 떠올릴것이다. 성공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서 성공한 것이라는 말도 있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도 행복은 궁극의 목표였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배려하는 것은 정치의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정치가 어디 이론대로, 뜻한 대로 되는가. 한동안 국민들은 정권의 실정으로 나라를 걱정하고 삶에 대한 불안지수가 높아질 만큼 불행을 느꼈다. 시인 출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은 최근 '안보'와 '경제'가 우리사회의 핵심의제로 등장한 가운데서도 '뉴스메이커'로 주목받고 있다. '영혼있는 공무원', '블랙리스트 혁파', '스크린독과점 개선', '한국형엥떼르미땅제도(예술인고용보험제도)등 연일 이슈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 세종청사에서 만난 도 장관은 사유(思惟)형의 점잖은 이미지는 여전했지만 얼굴엔 활기가 흘러넘쳤다. 문화·체육·관광등 유사하면서도 이질적인 각 분야에 걸쳐 공부하고 준비한 흔적이 엿보였다. 도 장관은 "문화정책은 결국 국민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삶이 아름답게 바뀌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도 장관은 옥천 출신 정지용과 충주출신 신경림과 함께 충북이 낳은 대표적인 시인이다. 그래서 시인 도종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후 매우 바쁠 텐데 요즘도 시를 쓰는가.

- 장관이 되고 나서 시를 잘 못쓴다. 국회의원이 되고나서도 몇 달 간 시를 쓰지 못했다. 하지만 그 후 4년간 꾸준히 쓰면서 문학상도 두 번 받았다. 지금은 업무부담 때문에 시를 못 쓰고 있다. 시상(詩想)은 여전히 떠오른다. 자리 잡히면 시를 쓰려 한다.

▶도 장관은 취임식 날 공무원들에게 "부당한 명령은 내리지 않겠다"며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되어 달라"고 강조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에도 당시 차관이던 유진룡 전 장관이 청와대 청탁을 거부하다가 "배 째드릴까요"라는 폭언을 듣고 사임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때 문체부 장관에 기용됐지만 이번엔 최순실 국정농단을 돕지 않아 쫓겨났다. 청와대 지시와 장관의 소신이 다를 때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사안에 따라 소신대로 할 때가 있지만 경우에 따라 (청와대에서)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한다면 따르겠다. 다만 부당한 지시가 있을 때는 막겠다.

▶지난 6월19일 취임이후 20·30대 연극인, 독립영화 제작에 젊음을 바치는 청년들, 영세 관광업자, 젊은 벤처기업인들을 주로 만났다. 우리 문화현장에서 춥고 배고프지만 열정을 갖고 있는 문화예술인과 청년기업인들을 만나면서 무엇을 느꼈는가.

-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에서 만난 젊은 연극인들은 의욕은 있지만 돈이 없다. 미숙하고 어설프지만 재기와 열정이 넘쳤다. 이들을 어떻게 도와주고 지원해 줄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독립영화도 돈이 안되긴 마찬가지다. 예술영화 '재꽃' 시사회에 참석해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먹먹하고 가슴을 후벼 파는 애잔함을 느꼈다. 관광벤처도 실패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 관광사업에 뛰어든 젊은이들이 멋진 아이디어를 내도 관 쪽에 빼앗기는 사례도 보았다.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만들겠다.

▶도 장관은 국회 청문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를 처음 거론했으며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무너진 문화행정을 다시 세우기 위해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진상조사위는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

- 블랙리스트를 통해서 특정 예술인의 지원을 배제하고 예술인들을 사회적으로 분리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다시는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지시한 사람에 대해 진상조사를 실시했지만 이젠 실행한 사람들에 대한 진상조사도 실시할 것이다. 블랙리스트같은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거나 부활시킬 수 있도록 준비작업을 할 것이다.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들이 문화를 마음껏 향유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7개월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페럴림픽 성공 개최가 당면과제가 됐다. 준비는 잘되고 있는가.

- 경기장 시설은 97%정도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개폐회식장은 10월이면 마무리 된다. 대회가 차질을 빚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지만 붐업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적극 밀어줘야할 공기업이 선뜻 후원이 안돼 아쉽다. 합심 협력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중요하다. 평창동계올림픽 D-200일 행사장에서 홍보대사인 피겨스타 김연아의 부탁으로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홍보대사를 맡기로 했으며 이낙연 국무총리는 대회지원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대통령, 총리, 장관들이 앞장서서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인 대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D-100일때는 내가 직접 그리스 성화채화행사에 다녀올 계획이다. 이 때쯤이면 대회열기도 뜨거워 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 인터뷰/신동빈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체육교류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다.

- 북한선수단을 참가시키기 위해 IOC(국제올림픽평의회)로 창구를 단일화해 추진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남북 관계는 현실적으로 군사적 대치가 존재해 ICBM을 쏘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체육교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남쪽이 서두르면 모든 책임을 다져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고 여러 돌발 상황이 있으니 계획을 갖고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 패럴림픽의 경우 국내 채널을 통해서도 북한의 참가를 추진 중인데 북한선수들이 굉장히 오고 싶어 한다. 또 세계태권도연맹((WTF) 시범단의 9월 방북 공연과 관련해 지난달에도 조정원 총재가 스위스에서 장웅 북한 IOC 위원을 만나 후속논의를 하고 10월 강원도 양구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역도선수권에 북한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협의 하고 있다. 남북한 현안은 벼랑 끝까지 갔다가 타결되는 경우가 많다. 체육교류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문화인프라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국민의 문화체감도와 여가활동은 정체되고 지역별·계층간 문화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있는가.

- 책도 사고 공연도 보고 뮤지컬도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도록 100만원 한도 내에서 30% 소득공제하는 방안을 기재부와 논의해 추진키로 했다. 이는 출판계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이럴 경우 3천만 원의 세금이 덜 걷히고 개인별로 정확하게 카드사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큰 틀에서는 합의했다. 또 국민들이 휴가를 통해 여유 있는 삶을 즐길 수 있고 지역 관광경기 활성화를 위해 한국형체크바캉스제도도 도입키로 했다. 근로자가 20만원, 기업이 10만원을 각각 적립한 분담금에 정부가 10만원을 보조하는 것이다. 제대로 시행되면 경기 진작에 7배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다만 직장이 없는 사람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게 문제다. 이 제도는 내년부터 도입된다.

<이 제도는 지난 2014년 시범적으로 실시된적 있지만 곧 폐지됐다. 근로자휴가지원사업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휴가지원프로그램 부족, 기업참여 유인책 부족, 포인트 사용처 제한과 절차 복잡성등의 이유 때문인데 취지는 좋았지만 현실적인 기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 인터뷰/신동빈

▶2011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생활고로 사망한 이후 '최고은법'이 만들어지고 2015년엔 연극배우 김운하씨 사망사건이 발생하는 등 예술인들의 열악한 처우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도 장관은 "굶어죽는 예술인이 없도록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현실적인 대안은 있는가.

- 연극인들은 공연이 없을 땐 막노동이나 택시운전을 한다. 월 30~40만원을 번 김운하씨가 죽으면서 남긴 것은 소주병과 휴대폰뿐이다. 연극, 영화, 미술 등 고정적인 수입 없이 혼자 하는 작업이다 보니 쉴 때는 막막할 것이다. 물론 예술인복지법이 있지만 이명박·박근혜 전 정부에서는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 새 정부에서는 프랑스 엥떼르미땅제도(예술인실업급여제도)를 벤치마킹해 일정액의 보험료만 내면 최소한의 실업급여를 줄 수 있는 한국형고용보험 제도를 만들어 다시는 최고은·김운하씨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도 장관은 지난해 국회의원시절 영화상영업과 배급업 겸업을 규제하는 '영화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 발의한바 있다. 하지만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사가 반발했다. 93%의 스크린점유율을 보유한 이들 3사의 영화상영업과 배급업 겸업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때문에 최근 '군함도'의 스크린독점이 이슈가 됐다.

- 대기업이 영화투자, 제작, 배급, 상영까지 하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스크린 독과점 등 영화시장 불공정을 개선하고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승완 감독은 자신의 의도가 아니라고 했지만 특정영화가 2천개가 넘는 스크린에 걸리면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는 설땅이 없을 것이다.

<도 장관은 군함도를 관람했느냐는 질문에 "군함도의 스크린 독점 문제가 문화적인 이슈가 됐는데 문체부 장관이 이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을것 같아 안갔다"며 웃었다.>

▶사드배치이후 중국의 보복이 노골화되면서 유커로 불리는 중국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어져 국내관광경기도 얼어붙었다. 당장 청주공항도 한산하고 제주도도 큰 타격을 받았다. 관광경기 활성화 대책은 있는가.

- 관광경기가 말 할 수없이 위축됐다. 관광업계의 손실은 집계가 무의미할 만큼 크다. 당장 경영난에 처한 숙박, 버스업체 등 관광업체의 융자신청만 2천200억 원에 달한다. 이제 관광은 양적성장에서 탈피해 질적인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일본은 관광경기 침체 타개를 위해 아베총리까지 나선바 있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지금 위기다. 우리가 잘못한 것도 없이 안보 문제때문에 이런 상황에 직면했다. 고민이 많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정치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 인터뷰/신동빈

▶얼마전 도 장관을 방문한 이 지사가 문예·스포츠 진흥과 국가대표 진천선수촌을 중심으로 스포츠 융복합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한 진천 스포츠테마타운 조성사업을 건의했다. 또 진천선수촌 인근으로 한국체육대를 이전해 한 공간에 체육인프라를 집중시킬 필요성을 역설했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가.

- 오는 9월에 진천에 세계최고시설의 국가대표 선수촌이 문을 연다. 선수촌내 시설은 미흡해 주변에 스포츠레저타운을 조성해 달라는 것인데 예산확보는 지역발전특별회계로 해야 한다. 주변에 (누군가)한두 군데 모텔을 지으려고 하던데 난개발은 안된다. 계획적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것에 동감한다. 문체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말도 나왔는데 스포츠테마타운 조성도 함께 논의 할지에 대해 충북도와 같이 가능한 것부터 내실 있게 검토해봐야 한다. 이 지사가 좋은 아이디어와 함께 3천억 원의 예산을 요청했는데 너무 많다. 연차적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협의 하겠다.

▶지방분권이 정착되려면 지역언론이 활성화돼야 한다. 그 일환으로 지역신문발전위원회 특별법을 상시법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 당초 참여정부에서 3년 한시적인 법이었는데 6년으로 늘렸다. 지역신문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 다만 원래부터 한시법이었던 만큼 상시법으로 전환을 위해선 충분한 논의와 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도 장관은 최근 이스라엘 학자 유발 하라리의 저서 '호모 사피엔스'에 나온 "사람들은 권력을 잡는 데는 유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바꾸는 데는 그러하지 못하다"는 말을 인용해 "행복도 중요하지만 덜 불행하게 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했다. 국가문화정책이 국민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

- 국가문화정책은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건강한 삶, 국민들의 여유있는 삶, 국민들의 아름다운 삶'을 추구한다. (문재인 정부가)권력을 잡은 이유는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다. 경제부처에서는 문화정책이 돈이 많이 든다고 하지만 여유로운 삶을 위해 관광에 나서면 내수경기가 진작된다. 또 문화정책에 투자하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 새 정부 출범 초기라서 그런지 많은 예산이 들어가도 문체부의 정책이 많이 반영 된다 점은 고무적이다.

▶도 장관은 교사였었고 시인이며 국회의원이자 문체부 장관이다. 당신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 문화가 아름다운 세상이다. 권력을 행복으로 바꾸는 일에 앞장서서 국민의 삶이 아름답게 바뀌는 세상을 원한다.

▶엄청 바빠보인다. 요즘 책을 읽을 시간은 있는가.

-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니 책을 읽을 시간이 별로 없다. 요즘 읽는 책은 진중권의 '좋은 정치는 무엇인가'다.

도종환 장관 인터뷰 / 신동빈

도 장관은 초선 국회의원 시절인 5년전 공초문학상 시상식에서 "공초처럼 구도자적인 자세로 세속에 물들지 않고 초월적으로 살아가려고 했는데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말했다. 최근 출간된 산문집 '너 없이 내게 어찌 향기 있으랴' 서문에서는 "내 처지가 거리에 불려나온 가로수 같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며 "빨리 거리에서 역할을 마무리하고 숲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시인출신 장관의 고뇌가 엿보이는 말이지만 얼굴엔 의욕이 넘쳐 보였다. 도 장관은 과연 현실정치의 벽을 타고 올라 자신의 시 담쟁이처럼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그가 말한 "오탁악세(五濁惡世)의 한복판에서" 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박상준 기자 sjpark@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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