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육영수 생가 / 중부매일 DB

광복절인 오는 15일은 박정희 전대통령 부인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 서거 43주년을 맞는 날이기도 하다. 육 여사는 1974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북한공작원인 문세광의 총탄을 맞고 49세에 비극적인 죽음으로 길지 않은 생을 마감했다. 육 여사 고향은 충북 옥천군이다. 이 때문에 옥천군 애향회는 이날 옥천여성회관 광장에서 43주기 추모식을 연다. 하지만 올 추모행사는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 추모행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옥천군의 자랑이었던 육 여사를 기리는 추모행사가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사태이후 진보단체로 부터 '우상화 행사'로 비판받고 있다. 시류(時流)에 따라 달라지는 정치적인 논란으로 국모(國母)로 칭송받던 육 여사는 하늘에서도 마음이 편치 못할 것이다.

과거 육 여사에 대한 평가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공과(功過)와 직결된다. 박정희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다. 5.16군사 정변, 10월 유신을 통한 헌정 파괴, 노동운동및 야당탄압, 군사독재등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인물로 폄하하는 측도 있다. 반면 연간 10%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혁신적인 경제정책과 중화학공업 육성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구고 '새마을운동'으로 농촌을 살리는 등 한때 북한보다도 못했던 경제수준을 개발도상국을 넘어 선진국 문턱까지 끌어올린 걸출한 지도자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2년 전 한국갤럽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해방이후 우리나라를 가장 잘 이끈 대통령' 조사에서 1위(44%)로 박정희를 꼽았다. 개발독재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빈국에서 '먹고살만한 나라'로 만든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여기에 육 여사는 단아한 외모에 검소하고 고아와 노인등 육영사업에 공헌했다. 이 때문에 생전에 김수환 추기경은 자서전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에서 "육여사는 국모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썼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정(失政)으로 육 여사 추모행사도 타격을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집권 때는 전국에서 친박 단체 회원 등이 몰려 추모 인파가 1천여 명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이젠 존폐의 기로에 섰다. 행사 반대 단체에선 "지원 금액이 많건 적건 간에 육 여사를 미화하고 우상화하는 행사에 혈세를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군비 지원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옥천군에서 추모식에 지원되는 예산은 253만원이다. 그나마 지난해 11월 탄핵정국속에 열린 탄신제 예산 700만원은 전액 삭감됐다.

올해로 19년째를 맞는 육여사 추모식이 오랫동안 성대하게 진행되다가 이제 와서 비난을 받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엿보인다. 탄핵심판을 받은 박근혜 전대통령과 관련해 예산이 삭감된다면 더욱 적절치 않다. 옥천군이 낡아 허물어진 육 여사 생가를 이명박 정부시절인 지난 2011년 37억5천만원을 들여 복원한 것은 육 여사에 대한 지역정서와 관광자원이라는 측면을 고려했을 것이다. 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일시적으로 규정할게 아니라 길게 바라봐야 한다. 일부 반대단체의 주장대로 육 여사 추모행사가 문제가 있다면 차라리 공론화 절차를 밟아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존폐여부를 결정짓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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