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달 16일 청주 무심천의 모습 / 중부매일 DB

올 여름은 폭우와 폭염으로 점철됐다. 지난 7월 20여년 만에 집중호우가 충청권 일원을 강타해 청주·천안, 괴산등이 엄청난 물난리를 겪었다. 마치 게릴라처럼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물폭탄을 떨어트려 청주에만 2천억 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이달 들어 수해복구가 끝나기도 전에 이번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이상기온이 심상치 않다. 한증막같은 여름은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최근 몇 년 새 기온이 크게 상승했다. 충북은 어제까지 사흘째 폭염 특보가 이어지면서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도심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에 따라 도심은 다소 한산했으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개울이나 계곡 등에는 피서객이 몰렸다. 세심정이 있는 속리산 국립공원에는 주말 6천여명의 피서인파가 찾았다. 화양계곡에는 2천500여명의 피서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 때문에 각종 안전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폭우로 귀중한 목숨을 잃거나 차량이 침수되고 피서철 계곡이나 산속에서 수난·조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천재지변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당국의 통제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안전불감증이 가져온 인재라고 볼 수 있다.

올 여름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1일 충북 옥천군 청성면 보청천에서 물놀이하던 피서객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지난달 25일에는 강원 인제군 북면 한계천에서 물놀이하던 가족 3명이 급류에 떠내려갔다. 이들은 떠내려가던 중 다행히 하천 가운데 있는 바위를 붙잡아 버텼고, 이를 발견한 인근 주민이 119에 신고해 20여 분만에 구조됐다. 물살이 빠르거나 수심이 깊은 계곡·하천에 물놀이하는 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다. 심지어 술 취한 상태로 물놀이하거나 폭우 등 비상 상황에서 당국의 제지를 무시하는 피서객도 있다. 진천군 문백면 농다리를 건너던 관광객 2명은 의용소방대원들이 위험하다며 제지했으나 이를 뿌리치고 돌다리를 건너다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 소방항공대 헬기가 동원된 뒤에야 간신히 살았다. 소방서에서 시민수상구조대를 주요 하천과 계곡에 배치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지만 이를 무시하고 모험을 하다가 목숨을 잃거나 구조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는 흔하다.

이는 지난 7월 청주 수해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수해에 침수된 차량이 청주에만 1천300대에 달했다. 차량 피해규모만 90억 원이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뒀다가 물에 잠긴 차량도 있지만 대부분 침수된 저지대 도로를 지나다가 시동이 꺼지는 바람에 피해를 봤다. 문제는 일부 주민들이 경찰이나 공무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 식으로 통제구간을 뚫고 차를 몰고 진입했다가 화를 당했다. 안전 불감증이 주민들의 몸에 밴 것이다.

안전사고로 인한 참극은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무시하는데서 비롯된다. 지진과 쓰나미등 대형재난이 많이 발생하는 일본은 공무원 통제에 일사분란하게 따르기 때문에 사고규모에 비해 피해규모가 작다. 우리나라도 안전에 관한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당국의 통제를 무시하거나 기상예보를 외면하다가 화를 당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것이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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