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커플의 지구별 신혼여행] 23. 프랑스

파리 에펠탑

후후커플은?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동반퇴사하고
1년 간 세계여행을 떠난 조현찬(32)·연혜진(28) 부부다.

터키를 지나 드디어 프랑스에 입성했다. 2017년 3월 31일, 그날이 그토록 기다려졌던 건 우리의 본격적인 유럽여행이 시작되는 동시에, 시부모님과의 첫 해외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여행하면서 예쁘고 좋은 걸 볼 때마다, 맛있는 걸 먹을 때마다, 나는 항상 부모님 생각이 났다. 우리만 호강하는 것 같아 못내 마음에 걸렸다. 여행하면서 꼭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하는 게 꿈이었다. 그리고 참 감사하게도, 시부모님과 2주간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를 함께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결혼하자마자 길게 떠나온 신혼여행이라 항상 죄송했는데, 유럽에서 시부모님과의 평생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부모님은 무려 50kg가 넘는 캐리어를 끌고 오셨다. 소고기 고추장부터 무말랭이, 젓갈류, 마른 반찬, 각종 양념과 조미료에 라면까지. 숙소 냉장고가 가득 찰 정도였다. 당신 짐으로 가득 차야 할 자리에, 우리를 위해 바리바리 싸오신 식재료들만 캐리어가 터질 만큼 채워오신 두 분. "이건 육수 끓일 때 넣어먹고, 이건 반찬 없을 때 해먹으면 좋아~" 이것저것 설명해주시며 짐을 푸시는 어머님을 보면서 뭉클했다. 엄마 마음이 이런게 아닐까. 막막했던 유럽 여행이, 처음부터 아주 든든해졌다.

시부모님과 개선문 앞에서 기념촬영

개선문에 올라 크게 쭉 뻗은 샹젤리제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파리는 파리만의 감성이 있었다. 서울처럼 누가 더 높을세라 경쟁하듯 솟아있는 고층 빌딩들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중세 유럽에 와있는 듯 고풍스러운 외관으로 꾸며진 건물들이 줄지어있으니, 참 예뻐보였다. 360도 둘러보아도, 도시 전체가 한데 어우러진 듯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만의 문화를 계속해서 간직하고 이어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까. 서울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우리만의 감성이 보일까? 불과 몇 년만에 건물을 내리고 다시 세우는 걸 반복하는 것 대신, 몇십 년이 지나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몽생미셸 야경

파리 시내를 크게 둘러보고 나서, 우리는 차로 5시간 떨어진 몽생미셸 야경을 보고 오기로 했다. 낮보다 밤이 예쁘다는 곳. 우리가 도착하자, 저 멀리에서도 황금빛으로 빛나는 수도원이 보였다. 아니, 수도원이라기보단 성에 더 가까워보였다. 밀물 때는 고립된 섬이 되었다가 썰물 때가 되면 수도원으로 향하는 길이 드러나는 곳. 그저 예쁜 야경만 보러 오기엔, 신비롭고 묘한 분위기도 뒤지지 않았다. 성 내에 들어서자, 중세 유럽 마을의 모습이 그대로 펼쳐졌다. 몇백 년 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기분이었다.?

마을을 다 둘러보고나서, 파리로 돌아오는 길. 새벽 안개가 잔뜩 끼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앞에서 차가 올까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오빠 곁에서, 우리 모두 신경을 곤두서고 앞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새벽 두세시가 넘어가자, 오빠를 비롯한 우리 모두 졸음이 쏟아졌고, 갓길에 세워 한 시간 넘게 눈을 붙이고 나서야 무사히 파리에서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안개에, 졸음에, 행여 사고라도 날까봐 아찔했던 밤이었다.

시부모님이 오셨던 4월, 파리는 봄이었다. 나는 사계절 중 봄을 가장 사랑하는데, 파리의 봄은 특히 낭만적이었다. 벚꽃이 제 존재를 알리듯 피어오르는 그 계절의 파리를 보여드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토록 봄과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날씨도 우리 마음을 아는지, 매일이 그림같은 하루였다. 엄마와 함께였던 파리의 겨울, 그리고 시부모님과 함께인 파리의 봄. 나는 엄마와 걸어 다녔던 파리의 곳곳을, 시부모님과 걸어다니면서 자꾸만 두 여행이 겹쳐졌다. 같은 골목을 걸어다니는데도, 내 옆에 있는 사람에 따라 추억은 다르게 그려졌다.

프랑스-독일 국경에 있는 작은도시 콜마르

어머님과 팔짱을 끼고 몽마르뜨 언덕의 그림들을 보면서 크레페를 한입 크게 베어 물기도 하고, 자전거를 빌려 세느강변을 따라 달리기도 했다. 버스킹 공연을 보며 미리 싸온 김밥을 먹기도 하고, 루브르 박물관 피라미드 꼭대기를 잡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국에서라면 같이 해보기 어려운 것들이 모두 가능해지는 것, 이게 바로 바로 여행의 힘이 아닐까. 시부모님과 이런 추억을 함께 쌓을 수 있어, 참 감사한 하루하루였다. 어머님, 아버님은 정말 딸처럼 대해주시며 우릴 배려해주셨고, 나는 부모님과 훨씬 가까워진 게 느껴졌다. 작은 것에도 소녀처럼 크게 좋아하시는 어머님과, 그런 어머님을 예쁘게 담아주시려고 수백 장의 사진을 찍으시던 아버님. 행복해하시는 두 분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두 배로 행복해졌다. '다들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그러고보니 아빠만 파리에 못 데려왔네' 아빠 생각에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아빠, 이번 여행 끝나기전에 꼭 같이 여행해요~"/ 후후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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