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ixabay

지자체 관피아(관료+마피아)의 폐해를 제도적으로 막기위한 방안이 추진돼 주목되고 있다. 퇴직관료의 재취업을 엄격히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개정됐지만 지방공사와 지방공단등 산하기관장 인사에는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인 절차 없이 오로지 공직자 인사적체 해소와 자치단체장의 개인적인 친소(親疎)여부에 따라 임명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 때문에 지방공사와 지방공단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등 지방 관피아의 폐해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런 적폐를 차단하기 위해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이 엊그제 지자체장이 지방공사와 지방공단의 장을 임명할 때 지방의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국회에 제출했다. 지방의회의 상임위가 지자체장이 임명하는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의 장에 대한 인사청문 실시 근거를 법률로 정해 후보자의 능력을 검증, 지방공사 등의 경영 합리화에 기여토록 한다는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기회에 지방자치법이 반드시 개정돼 지방에도 관피아를 뿌리 뽑아야 한다.

관피아는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이후 오랫동안 잠재된 문제점이 드러났다. 관피아가 관행이 된 것은 인사적체가 심한 정부기관이 산하기관에 자리를 만들어 퇴직관료를 내려 보내고 산하기관은 퇴직관료를 받아 로비스트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이나 금융계 등으로 취업하는 경우 대부분 사외이사, 자문, 고문 등의 자리를 받아 기업 실무보다 로비의 창구가 됐다. 이 때문에 공직자윤리법을 통해 산하기관은 물론 대상기관을 확대해 사기업과 비영리분야의 안전감독·인허가규제·조달과 직결된 공직유관단체, 대학과 학교법인, 종합병원과 관련법인, 일정규모의 사회복지법인 등도 차단했다.

하지만 중앙부처에 비해 지자체는 그동안 취업제한 사례가 거의 없어 산하기관이나 유관기관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지방 관피아가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키면서 10개 광역자치단체가 지방의회와 협약을 통해 인사청문회를 도입했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어 제도의 취지를 실현할 수 없었다. 물론 관피아가 산하기관과 지자체와의 유대와 공직경험을 살린다는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지자체 인사적체 해소와 정년연장을 위해 관피아를 유지하는 것이라면 지역발전을 위해 전혀 도움이 안된다. 무엇보다 제도적인 검증절차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공무원을 흔히 철밥통이라고 한다. 일을 잘하건 못하건 웬만한 잘못을 저질러도 신분과 정년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위 공무원들은 이 정도에 만족하지 않는다. 정년 직전에 명퇴를 신청한 뒤 지방공기업이나 산하단체로 가려는 공무원들이 줄을 섰다. 공무원 정년을 마치고 연금을 받으면서 몇년을 더 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도 없는 공무원이 자리나 차지하고 있으니 지방공사와 지방산단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이번 기회에 지방의회의 엄격한 청문절차를 통해 임명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지자체 산하기관의 개혁은 요원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