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한인섭·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9일 주요 당직자와 당원 등 100여명과 함께 기록적인 폭우로 수해를 입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수해현장을 찾아 장화를 신는 모습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현장에 도착해 장화를 신는 모습. 2017.07.20 / 뉴시스

권위주의 시대 흔히 사용했던 '가방모찌(かばんもち)'라는 말은 가방을 들고 주군을 뒤따라 다는 사람을 말한다. 한마디로 비서이다. 다음(daum) 어학사전은 '가방을 메고 따라다니며 시중을 드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상사에게 알랑거리며 늘 붙어다니는 추종자를 뜻하기도 한다. 뜻풀이처럼 '가방모찌'라는 말엔 비아냥도 섞여있다.

한국에서는 '가방모찌'가 익숙하지만, 봉건시대 일본에서는 '짚신모찌'를 알아줬다. 주군의 '짚신'을 챙기는 비서를 뜻하는 말은 '사무라이'가 주름 잡았던 일본의 전국시대에는 최측근과 같은 말 이었다. '짚신모찌'는 주군이 내실에서 밖으로 행차하면 재빨리 짚신을 챙기는 역할을 한다. 그날 그날 주군의 심기도 눈치 껏 챙기는 재주도 있어야 했다. 전국시대 오랫동안 전개된 내전(內戰) 상황에서는 '칼'이 언제, 어디서 목숨을 겨눌지 장담하기 어려웠던 시절 근접 경호원 이었으니 말이다.

지난 19일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찾은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시골된장시범화 사업 농장 수해복구 현장에는 몇몇 유형의 '모찌'가 나타났다. '고무장화 모찌'와 '된장통 모찌' 였다. 현장에 도착한 홍 대표는 진흙탕 작업을 위해 장화부터 챙겨야 했다. 홍 대표가 목장갑과 나란히 놓였던 장화를 신으려 하자 '고무장화 모찌'가 나타났다. 홍 대표는 측근 인사가 허리를 숙인 채 끼워주는 고무장화에 발목을 넣었다. 균형을 잡으려 옆에 서 있던 인사의 손목을 잡은 채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는 홍 대표의 모습은 그대로 국민들에 노출됐다.

20일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린 한 시민은 "장화 신는 모습 좀 보세요. 기가 막힙니다. 요란하게 와서는 봉사는 1시간 … . 정치쇼 그만하세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시민은 같은날 여·야 4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한 문재인 대통령이 회의를 준비하며 테이블을 함께 옮기는 장면이 촬영된 사진을 홍 대표의 장면과 비교해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황제 장화 신기·홍데렐라'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한인섭·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장화에서 그치지 않았다. '된장통 모찌'도 나타났다. 홍 대표가 농장에 곳곳에 놓였던 항아리에서 쏟아진 된장을 삽으로 퍼 옮기는 작업을 시작하자 누군가 "여기 담으시라"며 재빨리 허리를 굽혔다. 그가 내놓은 것은 된장을 담을 플라스틱 용기였다.

홍 대표는 이날 예정됐던 시간보다 1시간 정도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마침 점심식사를 해야했던 그는 이날 1시간정도 수해복구 현장에 머물렀다. 홍 대표가 이날 청주行을 택한 것은 청와대 여·야 4당 대표 초청 오찬 회동을 거부할 정도의 마땅한 명분을 찾아야 할 이유가 있어야 했던 것 같다. 그는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회동을 '정치쇼'라 규정하고 현장을 방문했는데, 정작 그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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