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한인섭 정치행정부장 겸 부국장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 제보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이유미씨가 12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7.07.12. / 뉴시스

국민의당 충북도당이 13일 대선기간에 있었던 제보 조작 사건으로 큰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사과문을 언론에 배포했다. 신언관 충북도당위원장과 지역 지역위원장 명의로 배포된 자료에는 '엎드려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과 함께 '질책, 회초리, 깊은 성찰'과 같은 따위의 단어들이 동원됐다.

따지고 보면 충북도당이 나서 사죄할 내용은 아니다. 이런 액션은 대선 과정에서 광역·기초의원 몇몇이 충북도당에 가세해 그나마 면을 세울 법한 상황에서 터진 당혹감을 반영한 것일 게다. 안철수 대표의 사과만으로는 살아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던 모양이다.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 취업 특혜를 입증할 '한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고(告)했던 내용은 안 전대표의 말처럼 '신생정당의 한계'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김성호 수석부단장과 김인원 부단장이 대통령 선거 3일 전 이었던 지난 5월 5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내용은 "아빠(문재인 후보)가 얘기해서 어디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고 했다"는 내용을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 동료가 제보했다는 것이었다. 아들의 한국고용정보원 입사 과정에 문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사건을 국민의당 지도부에 넘긴 이유미씨(구속)는 결국 전화기 3대를 이용해 통화내용과 카톡내용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제보였다. 누가 제보를 받았다 하더라도 사건화하려면 이유미씨가 확보했다는 녹취와 카톡을 보낸 당사자 정도는 확인했어야 했던 게 기본이다. 이씨의 주장과 자료만으로 국민들에게 '공표'를 결정했다는 것은 해명이 될 일이 아니다.

구속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허위 이거나, 허위 일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 공표한 혐의가 적용됐다.

법원이 구속을 결정한 배경에는 확인 절차를 밟아야할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사건이지만, 그렇지 않았던 점이 작용했을 게다.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 공표 행위를 한 '미필적 고의(未必的故意)'가 인정된 셈이다.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당시 상황을 되돌아보면 문준용씨가 다녔다는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 동문들이 '반인권적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했을 정도로 당시 사건은 어처구니 없는 일로 간주됐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억지를 부리더라도 '문준용=정유라'라는 등식을 만들고 싶었을 게다.

선거 막바지 민심 향방에 따라 모든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집단심리가 작용했을 것 같다. 안철수 후보의 당락을 당의 존립과 같은 개념으로 치부해 선거 이후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을 만한 일 이다.

그랬던 국민의당이 야3당과 '문준용 특혜채용 의혹' 특검 도입이라는 카드를 빼 들었다. 사건 가해자 격인 국민의당이 주도한다는 데, 과연 '요지경 정치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