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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정당화의 선수들

기사승인 2017.07.13  18: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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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눈]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어느 시골 신앙공동체. 신자들이 갑자기 고민에 빠졌다. 마을에 술집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술만 파는 곳이 아니라 작부(酌婦)도 있어 신앙생활에 방해가 되었다. 더욱이 술집 주인은 무신론자였다. 술집을 부숴버릴 수도, 술집 출입을 막을 수도 없었다. 신자들은 고민 끝에 묘안을 찾았다. 물리적 힘으로 불가하니 정신적 힘, "술집을 망하게 기도하자"는 것이었다. 곧장 기도에 돌입했다. 주일과 평일은 물론 새벽 미사까지 참석했다. 몇 달 후 술집에 불이 났다. 홀랑 타 술집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이 화인을 조사했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을 수 없어 미제사건으로 처리됐다. 급기야 술집 주인은 화인이 신자들의 기도라며 신자들을 방화 혐의로 고소했다.

임시 법정이 마련됐다. 재판관은 피고소인 신자들에게 물었다. "피고소인, 신자들의 기도로 술집에 불이 났다'는 고소인의 주장을 인정하십니까?" "판사님, 참 어이가 없네요. 기도한다고 해 술집에 불이 나겠습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신자들은 기도의 효과를 무시했다. 재판관은 이어 고소인에게 물었다. "고소인. 왜 술집에 불이 났습니까? 정말 신자들이 기도했기 때문입니까?" "네, 늘 불안했습니다. 신자들이 술집 망하라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하느님께서 분명 그들의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재판관은 판결을 내렸다. 아니 분명한 사실을 이들에게 고지했다. "피고소인 신자들은 기도의 효과를 믿지 않았습니다. 반면 고소인 술집 주인은 기도의 효과를 절대적으로 믿었습니다." 기도가 습관화된 신자들은 기도의 효과를 믿지 않았고, 오히려 기도의 의미조차 몰랐던 술집 주인은 기도의 힘을 믿었던 것이다. 신자들은 기도 무효론을, 술집 주인은 기도 유효론을 주장한 셈이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왜 그랬을까?

자기 정당화(正當化) 때문이다. 정당화는 정당(이치에 맞아 올바르고 마땅하다)성이 없거나 정당성에 의문 가는 것을 어떤 핑계나 명분을 둘러대어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신념이다. 불리하게 처한 입장이나 행위, 국면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전환시키는 편법임에 분명하다. 아전인수(我田引水). 자기 정당화의 대표적 예다. '자기 논에만 물을 대려는 행동으로, 자기에게만 유리하게 해석하고 행동하는 태도'의 의미로 쓰인다. 견강부회(牽强附會)도 마찬가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 붙여 자신이 주장하는 조건에 맞도록 하다'는 뜻이다. 그럴듯한 논리나 이유를 들어 상대방의 주장에 반대하는 심리적 방어기제다.

그렇다면 왜 자기 정당화가 발생하는가? 정당화의 과정에는 '시각의 창'이 등장한다. 발생한 행위나 일을 해석하는 '기준이나 사고의 틀' 말이다. '시각의 창'은 이미 자신이나 자신 조직에게 유리하게 짜여 있다. 대부분 객관성이 결여되었거나 합당하지 않다. 객관성을 담보한 해석의 잣대로 부적합하다는 얘기다. 어떤 방법으로든 행위나 일에 대한 해석이나 판단이 자신에게 유리함은 당연하다. 상대방이 이를 신뢰하느냐는 다음 문제다. 자기 정당화에 빠진 인간은 불리한 국면을 일단 모면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기심은 시각의 창과 어우러져 자기 정당화를 더욱 부추긴다.

자기 정당화의 최고 선수(選手)는 누굴까? 불문가지(不問可知). 정치인이다. 자신에게 불리하면 온갖 핑계와 구실을 둘러대며 자신의 행위나 상황을 역전시키는데 유능(?)하기 때문이다. 둘러댄 핑계가 무시당하면 '왜 무시하냐?'며 오히려 발광을 떤다. 오죽하면 '내로남불'(내가 바람피우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정치인을 빗댄 신조어가 탄생했겠는가? 아마도 우리 정치현실을 대변하는 최적의 사자성어가 아닐까? 아전인수와 견강부회로 똘똘 뭉쳐 자기 정당화만 추구하는 모리배다. 아예 정치 철학과 신념조차 부재하거나 상실했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그 잘난 선량(選良)들아! 선량(善良)이 아우성치지 않는다고 눈이 바늘에 찔린 옛 노예(民:눈이 바늘에 찔린 상형 문자)가 아니다. 철석같이 믿어왔고 믿고 싶은 기도마저 내팽개친 신자들과 툭하면 온갖 핑계를 둘러대 국면을 모면하는 정치인들이 무엇이 다르겠는가. 選良들아. 자기정당화가 아닌 정치의 선수(選手)가 되어라.

중부매일 jb@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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