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지난달 충주시에서는 망상장애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의해 인터넷 설치기사가 숨진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어처구니없는 '묻지마식 살인'이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인터넷 기사를 충주에서 가장 큰 병원인 건국대 충주병원에 급히 옮겼으나 응급 처치할 의사가 없어 다시 헬기타고 강원도 원주로 이송도중 사망한 것이다. 부실한 의료 환경 때문에 무려 3시간이 소요되면서 응급처치만 했어도 살릴 수 있는 소중한 생명을 잃은 것이다. 80대 노모와 아내, 2명의 대학생 자녀를 둔 건실한 가장의 허망한 죽음에 안타까워 한 사람들이 많다. 21만 명에 달하는 충주시의 대학병원에 외과의사가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읍·면지역도 아닌 시단위까지 의료 환경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면 충주시 발전은 요원(遼遠)하다.

충북도의회 임시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이언구(충주 2)의원은 "인터넷 기사는 범행 현장과 가까운 충주의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당시 병원에 외과의사가 없어 응급처치를 받지 못했고 이송 도중 사망했다"며 "22만 명이 사는 충주시에, 그것도 환한 대낮에 응급 처치할 외과의사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이송 도중 사망한 것은 성실한 가장을 두 번 죽인 것"이라고 개탄했다.

물론 충주시에 종합병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건국대 충주병원과 충주의료원등 두 곳의 종합병원이 있다. 하지만 건대 충주병원은 유명무실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진료서비스가 부실하다. 의과대학이 서울캠퍼스로 이전하면서 재단지원이 감소하고 일부 의료진은 상주 근무하지 않아 긴급을 요하는 환자의 경우 정작 필요할 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충주뿐만 아니라 제천·단양 등 충북 북부권은 위급환자 발생 시 대부분 강원도 원주에 있는 세브란스기독병원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척박한 의료 환경에서 충주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도시가 성장하려면 인구가 증가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교육, 양질의 일자리, 교통, 복지등 다양한 인프라를 갖춰야 하지만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의료시설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복지와 행복의 척도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환경도 마찬가지다. 건강은 가장 기초적인 욕구이고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유사시 신속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충주는 최근 몇년새 '기업도시'주변 기업유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병원시설과 의료서비스가 열악하다면 인구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 그나마 최근 충북 북부권의 의료혜택 확충을 위한 충북대 충주분원 설치가 가시화 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서충주 신도시 활성화를 위해서도 충대병원 충주분원은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

하지만 충대병원 분원이 설치된다고 해서 의료 환경의 질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건국대 충주병원의 사례가 말해주듯 본원에 못지않은 의료시설과 수준 높은 의료진들을 갖추지 못한다면 큰 의미가 없다. 충주시는 이번기회에 타 도시로 이송도중 사망한 인터넷기사처럼 어이없는 비극이 두번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의료 환경 개선에 고삐를 당겨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