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청주상당공원에서 열린 탄핵 기각을 위한 태극기 집회 김학철 도의원 발언 장면 / 중부매일 DB

충북도의회에는 모든 지방의회가 다 그렇듯 윤리특별위원회가 있다. 도의회는 도의원들의 청렴의무위반은 물론 지위남용, 정당한 이유 없이 본회 또는 위원회에 출석하지 않거나 윤리강령이나 윤리실천규범을 위반한 경우 윤리특위를 열 수 있다. 하지만 충북도의회 윤리특위는 있으나 마나다. 도의원이 폭언을 하거나 음주추태를 벌여 도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아도 징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충북도의회가 매사에 이런 식이니 성숙한 의정활동을 기대할 수 없다.

이번 김학철 의원(자유한국당·충주 1)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충북도의회는 최근 윤리특위를 열고 지난 2월 '미친개 발언'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한 김 의원에 대해 징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윤리특위는 이날 발언의 피해 당사자가 뚜렸하지 않은 점과 김 의원이 재발방지를 약속한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종규 위원장은 "김 의원이 위원회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소명을 했다"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재발방지 약속과 유감을 표명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당시 탄핵 무효 충북 태극기집회 찬조연설에서 "우리나라에 광우병보다 더한 광견병이 떠돌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와 언론, 법조계에 미친 광견병들이 떠돌고 있다. 사람에 위해를 가하는 미친개들은 사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적어도 지방의원이라면 할 말과 해서는 안되는 말을 가려야 한다. 그는 자신의 뜻과 다른 국회의원, 언론인, 법조인은 광견병에 걸린 미친개이기 때문에 총으로 쏴 죽여야 한다는 살벌하고 극단적인 입장을 밝혔다. 자신과 다른 소신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예 사람취급도 하지 않겠다는 편협한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이다. 도의회 윤리특위는 공개석상에서 이 같은 폭언을 한 사람이 도의원인데도 불구하고 발언이 즉흥적으로 이뤄졌다며 징계를 하지 않았다. '그 나물에 그 밥',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나올법하다.

하긴 윤리특위는 2년 전에도 모 도의원이 음주추태로 주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았지만 징계를 하지 않았다. 해당 도의원은 옥천군청 공무원과 술자리에서 언쟁을 벌이다가 맥주병을 던지고 욕설을 퍼 분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윤리특위에 회부됐지만 "사안이 경미하다"며 징계를 받지 않았다. 공무원이 선출직 지방의원에게 자칫 맥주병에 맞아 다칠 뻔 할 만큼 위협을 당했는데도 경미한 일이라면 대체 어떤 짓을 저질러야 징계를 받는 것이지 궁금하다. 더 황당한 것은 김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조차 징계하지 않기로 한 특위 결정에 찬성했다는 점이다. 더민주당이 김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하겠다고 요란을 떨다가 도민들의 뇌리에 사라지자 슬며시 꼬리를 내린 것이다.

충북도의회가 세간의 관심이 멀어졌을 때쯤 윤리특위를 열고 징계를 하지 않는다면 도민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막말과 폭언, 추태는 언제든 되풀이 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지방자치가 아직 멀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도의회 윤리특위가 이런 식으로 운영할 거라면 차라리 없애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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