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커플의 지구별 신혼여행] 19. 인도 - 우다이푸르·고아

고아 해변 옆 작은 호수 Sweet lake 에서 사람들이 수영복을 입고 즐기고 있다 / 후후커플

후후커플은 ?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동반퇴사하고
1년 간 세계여행을 떠난 조현찬(32)·연혜진(28) 부부다.


북인도 여행의 마지막 도시, 우다이푸르에 왔다. 큰 피콜라 호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도시여서인지, 인도인들의 신혼여행지로도 유명하다. 보름 동안 돌아본 다른 인도 도시들에 비해, 확실히 깔끔했다. 우리는 호숫가에 놓인 다리를 건너는 걸 가장 좋아했다. 작은 다리 한가운데 서서 호수를 바라보면, 예전엔 궁전이었지만 지금은 호화 호텔로 사용되는 시티 팰리스와 레이크 팰리스가 한눈에 들어왔다. 호수를 중심으로 늘어진 건물들도 평화로운 우다이푸르에 분위기를 더했다. 인도의 유럽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곳. 다른 도시들을 보다 이 곳에 오니, 과연 유럽이라 불릴 만 했다. "와, 여기 진짜 유럽 같아요!" 라고 감탄하다가, 그 정돈 아니라며 질타를 받긴 했지만.

우다이푸르 피콜라호수 / 후후커플

얇은 붓으로 그리는 세밀화도 그렸다. 그림을 워낙 못 그려 붓은커녕 연필도 잡지 않는데, 그런 내가 인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니. 여행에 나와선 뭐든지 기회가 될 때 시도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처음으로 그림 그리는 게 재미있었다. 그림 실력을 떠나 그림 그리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내 모습이 좋았다. 못하는 건 하기 싫어했던 내가 완성한 그림이어서일까. 서툰 내 그림이 유독 예뻐 보였다. 뭐든지 도전해보는 건, 언제나 옳다. 새로운 것을 해봐야 내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 도전해보지도 않고 좋은지 싫은지 머리로 판단하지 말자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우다이푸르는 세밀화가 유명하다. 라케쉬 아저씨에게 배워 코끼리 세밀화를 그려보았다/ 후후커플

특히 이 곳에선 인도를 여행하는 한국인 여행자들과 모여 맥주도 마셨다. 요즘은 어느 나라를 가던 한국인 여행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인도는 유독 한국인 여행자들끼리 잘 뭉치는 나라다. 인도에 오면 누구나 친구가 된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한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처음 인도에 오면 시끄럽고 정신 없고 더럽고 사기도 많아 모든 사람들이 경악을 하지만, 차츰 익숙해지고 나면 그 모든 것들이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된다. 베테랑 여행자들에게도 하드코어인 나라. 인도는 그만큼 말도 안 되는 매력을 가진 나라다. 인도에 오자마자 얼른 일정을 단축해 다른 나라로 넘어갈까 고민했던 우리가, 이젠 인도 일정을 늘이고 싶어할 정도라면 말 다했다. 여행하기에도 많이 불편하지만, 그만큼 재미있는 나라. 인도에 항상 따라붙는 '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라는 말이 꼭 어울린다.

숙소에서 2분만 걸어나오면 모래사장을 따라 늘어진 파라솔 아래서 시원한 맥주나 생과일 주스를 마신다/ 후후커플

북인도 여행을 마치고 남은 한 달은 남인도에서 보내기로 했다. 워낙 땅덩어리가 커서 북인도와 남인도는 아예 다른 나라인 것처럼 상반된 매력이 있다니 직접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네팔 포카라에서 만났던 커플과 고아(Goa)에서 일주일 동행하고, 멋진 해변으로 유명한 바르깔라(Varkala)와 코치(Kochi)에 가선 푹 쉬면서 유럽 일정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렇게 가게 된 해안도시 고아. 여성들의 노출에 매우 보수적인 북인도에서는 외국인 여행자라도발목도 노출해선 안 된다. 여성 범죄가 빈번한 나라인 만큼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땅에 질질 끌리는 긴 치마만 입고 다녔는데, 남인도에 오자마자 비키니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에 눈이 휘둥그레 졌다. 드디어 개방적인 남인도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같은 인도라도 노출에 관대하거나 엄격한 지역이 있으니, 꼭 확인하고 다니는 게 좋다.

색 가루 던지는 '홀리 축제' / 후후커플

운 좋게도 우리는 힌두교의 최대 축제인 홀리(Holi)를 고아에서 보낼 수 있었다. 알록달록한 색깔 가루를 서로에게 던지면서 "해피 홀리!"를 외치는 이 축제는 겨울이 끝나고 봄을 맞이하는 축제로, 서로 쫓고 쫓기며 다양한 빛깔의 색 가루나 물감을 서로에게 묻힌다. 우리도 홀리 전날부터 준비한 색 가루와 물총을 들고 해변으로 나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알록달록하게 물들어 있었다. 장난기를 가득 머금은 꼬마들이 '해피 홀리!' 소리치며 먼저 우리에게 가루를 던졌다. '이 녀석들, 너희들도 해피 홀리다!' 질 수 없다는 듯 우리도 재빠르게 뒤따라가 꼬마들 머리를 초록색으로 만들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알록달록하게 난장판이 되었는데도 신경 쓰지도 않고 놀아본 적이 언제였나 싶다. 어느새 다가온 인도 아저씨들도 '해피 홀리'를 말하며 우리 두 뺨에 가루를 묻힌다. 남녀노소 현지인, 외국인이 모두 하나가 되어 즐기는 축제라니. 보기만해도 즐거운 이 축제를 직접 즐길 수 있다니 참 감사했다. / 후후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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