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올해로 6.25동란 67년째가 된다. 이제 70대이고 이산가족이기도 한 필자는 6,25를 체험하고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다. 10여 년 전, 60년간 생사를 모르던 북한의 형님을 그것도 6월25일에 금강산에서 만난 감회가 밀려와 동해안의 휴전선 근처 고성군 부근을 방문하였다. 파도는 거침없이 남북을 오가는 데 어찌 사람만이, 그것도 동족 간에 가시철조망으로 가로 막고 서로를 허용하지 못하고 있는가?

교육자이자 아마추어 화가였던 필자의 아버님은 그 화급한 전쟁 통에도 나름대로 일기를 쓰시고 삽화를 남기셨다. 그야말로 삼천만이 겪은 황망한 전쟁의 피난통에도 조악한 누런 갱지에 틈틈이 겪은 사건들을 적고 그림을 곁들인 '백성의 난중일기'또는 '늦동이 육아일기'이다. 45세 산모에게서 태어난 필자는 병약했고 마침 피난길에서 홍역을 앓았다고 한다. 아버님은 홍역에 효험이 있다는 토끼 똥을 구하러 겨울 산을 온 종일 헤매시던 사건도 담담하게 적어 놓으셨다. 그날의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난중일기는 "토끼 똥도 약에 쓰려니 없었다."는 무능한 아버지의 자조적 독백으로 끝난다. 숨이 넘어갈듯 한 갓난 애기를 들쳐 업고 이어가던 남행길이 얼마나 곤고하셨을까. 마침 피난을 가지 않고 문을 연 병원을 발견하고 호소 끝에 페니실린 주사를 맞혀 끝내 필자를 살려주신 분도 아버님이셨다. 어느 날은 간단한 영어를 할 줄 아셨던 아버님 덕분에 피난열차를 앞당겨 발차하게 한 작은 무용담도 적혀 있었다. 그런 아버님께서 오히려 국군에게 구금되어 수용소에 갇혀 있을 때 전장을 누비며 지아비를 찾아내고 집으로 데리고 오신 분이 어머님이셨다. 어쩔 수 없이 모두가 무능한 부모, 자식이자 사소한 일에도 생명을 걸어야만 하는 백성들의 전쟁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갈등이 극도로 강해면 서로를 해치는 행위가 일어나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확대되면 난동이 되고 국제적으로 번지면 전쟁이 된다. 그러기에 같은 민족내의 갈등은 동란이고, 외부와의 국제적 갈등은 전쟁으로 표출된다. . 이와 다르지만 임진왜란 또는 병자호란이라고 부르는 것은 일본이나 청나라를 동족으로 보는 환국, 배달국, 단군조선의 역사적인 영토 관에 따른 명칭이라는 반증이다. 그러기에 일부학자들은 이제는 헛된 동족 관을 버리고 임진전쟁, 병자전쟁이라고 불러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만큼 '민족'은 주관적인 호칭일 수도 있다. 여하튼 전쟁이든 동란이든 간에 전란은 인간이 겪지 말아야할 최악의 갈등이며 비극이다.

'6. 25동란'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간의 이념의 대리전적인 충돌로 결국 국제전이 되었기에 '6. 25전쟁'으로도 불리 운다. 모두가 잠에 취한 일요일인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 김일성은 '폭풍'이란 암호명으로 기습적으로 남침한다. 전혀 준비되지 않았기에 국군은 단 사흘 만에 서울을 빼앗겼고 9월 15일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서울을 되찾았다. 빼앗기고 탈환하며 총 1,129일(약 3년 1개간)동안 전쟁이 일어났고 지금까지 휴전중이며 바다와 육지에서 종종 크고 작은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다. 해방이후 겨우 독립한 신생 대한민국이 지금처럼 번영할 수 있도록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건국의 위업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가 바로 6.25 동란과 장기집권을 도모한 것에 있다. 당시의 남한정부는 안이한 안보관으로 러시아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은 북한 김일성의 오판을 불러왔다. 전쟁 초기에는 서울을 사수하겠다고 국민을 속이며 한강 폭파로 수많은 양민이 살상되게 한 비인도적인 군사작전을 자행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프린스턴대학교 대학원 출신으로 국제정치학 박사이기도 이승만 대통령의 외교력이 큰 바탕이 되어 1945년 10월 24일 창설된 UN이 처음으로 참전한다. 동란은 전쟁이 되고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3.8선을 기초로 한 휴전을 타결하여 지금에 이른다.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문재인 정부는, '아메리카 패스트'를 추진해 가는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대륙굴기를 추진해가는 시신핑 중국 주석사이에 끼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에 절묘하고 확고한 대북관이 요구 되고 있다. 국제관계의 영원한 철칙은 원교근공이다. 중국과 이웃한 일본, 소련 또한 막강한 국력을 가진 나라이기에 내 마음대로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 한반도에 깃든 우리들의 숙명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모두는 같은 하늘아래 지구별을 고향으로 하는 지구시민임을 알아야한다. 이러한 엄연한 사실을 체득하게 하는 새로운 인간 의식을 하루 빨리 확대하는 것만이 우리의 살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바로 모두가 서로 이익이 되는 홍익인간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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