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정삼철 충북연구원 성장동력연구부 수석연구위원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는 가운데 20일 서울 등 수도권 최대의 용수 공급원인 충북 충주댐 저수위는 이날 오후 1시 현재 119.34m, 저수율 29.54m를 기록하고 있다. 2017.06.20. (사진=충주시 제공) / 뉴시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산과 물은 인류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 치산치수(治山治水)를 나라 운영의 근간이자 치세(治世)의 요체로 여겨왔다. 인류문명도 물을 기반으로 발전해 왔고, 치산치수는 나라의 흥망성쇠를 가름하는 중대사로 항상 국정의 우선순위로 다뤄져 왔다. 인류역사를 통찰해 볼 때 산과 물을 잘 다스리는 민족과 나라는 번성했지만 그렇지 못한 민족과 나라는 쇠락해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사례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처럼 치산치수는 나라의 사활과 운명이 걸린 중대사이자 정치수단으로 통치의 성공여부에 대한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이는 과학기술문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자연환경 여건이 크게 변한 오늘날에도 국가경영의 중요한 축이자 기반이 되고 있다. 현재 지구촌 곳곳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물 부족과 홍수로 고통을 겪고 있는 나라도 많고, 물로 인한 분쟁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OECD의 '2050 환경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인구의 40%가 식수난과 농업, 산업용수 부족을 겪고 있고, 유엔은 2004년 '물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5년에는 52개국 30억명이, 2050년에는 50억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세계 각국은 정부, 기업할 것 없이 물 확보를 위한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은 미래 물 산업의 엄청난 성장잠재력에 주목해 지난 '20세기가 석유 자원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 자원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 물 산업의 시장규모는 2013년 825조원에서 2020년에 984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물 산업을 둘러싸고 국가간 각축전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93년에 국제인구행동단체(PAI)가 '물 부족 국가'로 지정한바 있다. 그럼에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인당 일평균 물 사용량은 100ℓ인데, 우리나라는 2015년 현재 282ℓ로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독일(150ℓ)이나 덴마크(188ℓ)보다도 훨씬 많은 물을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1~5월까지 강우량이 예년의 51%에 불과하고 가뭄과 폭염이 지속되면서 대형 산불발생을 겪었고, 가뭄으로 인해 주의단계까지 발령된 상황이다. 이처럼 지속되는 가뭄과 폭염으로 전국의 강과 하천이 메마르면서 땅도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타들어 가며 애를 태우고 있다.

가뭄상황의 심각성은 댐과 저수지에 따라 각각 다르지만 전국 다목적댐 평균저수율은 36.5%, 농업용수 공급기반인 저수지의 평균저수율은 42.8%(평년 59.0%)에 불과하다. 이미 5개 시·도 6,354ha에 가뭄이 발생했고, 32개 지역, 173개 마을, 5천여 세대, 12,000여명이 운반·제한급수를 받고 있고, 폭염 특보지역이 늘어나 전국이 비상상태이다. 충북도 충주댐 저수율이 29.5%, 대청댐은 47.9%, 저수지의 저수율은 38.6%(평년 57.2%)에 불과한 가운데 7~8월의 강우량도 예년에 비해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상시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가뭄상황의 극복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마다 항구적 대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천은 여전히 미흡하다. 이는 물 관리 업무가 다수의 부처와 공사, 지자체가 분산되어 통합적 물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주도권과 예산타령만하다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삼철 충북연구원 성장동력연구부 수석연구위원

예로부터 곳간과 물에서 인심난다고 했고, 21세기 물 자원의 시대엔 물이 국가 및 지역공동체의 공유경제 핵심자원이자 생활 안보자원이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을 깊이 인식해 보다 근본적인 종합대책 마련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저 하늘만 쳐다보며 기다리는 정책이 아니라 분산된 물 관련업무의 통합적 운영, 산림녹색댐 조성, 준설 및 도수로를 통한 효율적 수자원 관리는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집약농업기술, 가뭄에 강한 내성작물 개발 등 보다 항구적인 현장대안 모색과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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