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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기사승인 2017.06.19  20: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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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부시론] 최용현 변호사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전국 17개 시·도지지사들과의 간담회가 열린 청와대에서 시도지사들과 복도를 걷고 있다. 이낙연(오른쪽부터) 국무총리, 문재인 대통령, 시도지사협의회장인 최문순 강원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2017.06.14. / 뉴시스

지난 14일 대통령은 광역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내년 개헌을 통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이 지방분권 개헌이나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을 정도로, 지방분권 논쟁은 현재 우리 정치계와 학계의 최대 이슈중 하나다. 지방분권 개헌론자들은 헌법개정을 통하여, 지자체에 법률과 동등한 수준의 입법권을 부여하고, 국세를 대폭 지방세로 전환하여 재정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 법원장·검사장·경찰청장을 지역에서 직접선출하여 중앙의 지휘를 받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개헌으로 지역에 적합한 자주적 발전, 지역간 균등발전, 지역주민의 정치참여나 풀뿌리 민주주의의 확대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치, 분권이라는 말은 항상 듣기 좋은 말이고, 지역의 자주적이고 균등한 발전, 풀뿌리 민주주의도 너무나 듣기 좋은 목표다. 그러나 좋은 말, 그럴듯한 수단, 선한 의도가 현실에서 항상 좋은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니다. 실제 현실에선 이들이 서로 선순환으로 작용하지 않고 궁극에 더 나쁜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러하기에 아무리 좋은 목표와 수단이더라도, 보다 현실주의적이고 사려 깊은 분석과 전략적인 예상이 필요하다.

우선 개헌은 필요한가? 지방분권 개헌론자들이 주장하는 많은 부분은 사실 현행 법률과 제도의 탄력적 운용만으로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것들이다. 흔히 우리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 헌정(憲政)상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을 알고 있지만, 실제 그것은 단지 운용과 실천상의 문제였다. 사실 우리 헌법에는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고 통제할 제도와 기구가 넘쳐난다. 단지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뿐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치재정의 확충을 넘어 독자적인 자치입법·사법권을 부여할 만큼, 우리의 지역적 차이가 그렇게 크냐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 지역이든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고, 거의 유사한 사회?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의 지역정당체계를 그 반대근거로 제시할 순 있지만, 이는 지역적 차이의 반영이 아니라, 단지 지역 편향성을 동원한 정치적 왜곡의 결과에 불과하다.


그래도 헌법을 개정해야만 한다고 하자. 그러면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 예상해보아야 한다. 우선 중앙의 입법·사법권과 동등한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한다면 중앙과 지방간에 충돌 가능성이 항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역간 격차를 더욱 확대하고, 지역간 분쟁을 더욱 격화 시킬 수 있고, 분권된 마당에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방법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 본래의 취지인 지역 균등발전에 역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시민들이 목도하는 중앙과 지방의 일상적인 모습은 개혁적이고 참신한 중앙정부 vs 지역패권자들이 지배하고 시대에 뒤쳐진 지방정부다. 지방분권 개헌은 우리 사회 전반의 근본문제(예컨대 계급양극화 해소, 재벌개혁 등)를 해결할 수 있는 권력과 자원의 파편화를 초래할 수 있다. 민주화 이후 오히려 재벌권력이 커진 현재를 보라. 또한 분권된 권력과 자원이 누구에게 갈 것이냐도 중요하다. 현재와 같은 지역 정치경제체제가 계속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분권된 권력과 자원은 지역주민에게 가지 않고, 결국은 부패하고 퇴행적인 지역정치꾼과 지역토호들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들이 지역의 사법권마저 좌우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라! 본래의 취지인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용현 변호사

필자도 지방분권에 찬성한다. 그러나 지방분권은 목표가 아니라 지방자치 활성화의 한 수단일 뿐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방자치의 궁극 목적은 시민의 정치참여와 풀뿌리 민주주의 확대,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불공정의 해소에 있어야 한다. 수단인 지방분권은 이에 맞추어져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정치참여를 보다 활성화할 수 있는, 궁극적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실천적 방안에 대한 숙고가 우선되어야 한다. 단지 중앙과 지방의 지배계급과 엘리트들간의 권력배분 문제로 전개되어서는 안된다. 전자에 대한 고민과 노력 없는 지방분권운동은, 오히려 우리의 정치적 반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적폐를 더욱 고착화 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부매일 jb@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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