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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청춘들이 낡은 피아노에 담은 '네버엔딩 스토리'

기사승인 2017.06.18  2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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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본 프로젝트' 참여한 청주노인종합복지관 미술반
평균 75세 '나의 삶' 주제 참여
그리움·추억 녹여낸 작품 눈길

리본 프로젝트로 기부되는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미술반 회원들이 함께 만든 피아노. / 이지효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충북문화재단(대표이사 김경식)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사무총장 김호일)이 주관한 리본(Reborn)프로젝트 '열한대의 피아노 콘서트 꿈'이 17일 저녁 7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청주시첨단문화산업단지 광장 야외무대에서 진행됐다.

두 재단은 이번에 사용하지 않는 피아노를 기증받아 미술가의 손을 거쳐 재탄생한 작품으로 콘서트를 개최한 후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방식의 '리본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지난 5월부터 진행된 '마음모음(피아노 기증)'과 '창조적 재생(아트피아노 작업)'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13대 중 11대는 콘서트가 끝난 후 적절한 대상자를 찾아 기부될 예정이다. 2대는 청주공항과 청주시립미술관으로 옮겨져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한다. 

이중 청주공항으로 가는 피아노는 아주 특별하다. 12대는 미술작가나 예술강사가 참여해 재탄생시킨 피아노지만 나머지 1대는 청주노인종합복지관(관장 서명선) 미술반 할머니들의 참여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네버앤딩스토리'란 제목으로 누구의 엄마, 아내가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 아름답고 귀한 '나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 작품으로 완성해 피아노를 완성시켰다.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미술반 회원들이 본인들이 직접 그린 초상화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이지효

청주노인종합복지관 미술반 20명의 회원들은 평균 나이가 75세다. 가장 어린 사람이 65세이고 최고령자는 85세로 그중 70대 중반이 가장 많다. 이들은 올해 처음 미술반에 들어온 사람도 있고 3년째 배우는 사람도 있는 등 구성도 다양하다. 이 미술반은 인기가 있어 매 학기 시작할때마다 경쟁률이 높아 기존 회원들은 심지뽑기까지 해야한다고.

피아노에 담긴 그림에는 정말 '나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최고령자인 목영희(85)씨는 70세부터 80세까지 동화구연을 했었는데 몸이 많이 아파 중단하게 됐단다. 그 이후 귀도 잘 들리지 않고 세상이 절망스러웠는데 지난해 청주노인종합복지관 미술관에 나오면서 삶이 바뀌었다고 한다.

"나무에 잎, 줄기, 꽃을 그리고 새를 그려 넣었어. 나무에 싹이 트니 희망도 넘치고 물을 주고 가꾸니 꽃도 피었지. 날아든 새도 친구가 되어 아름답다 칭찬하니 나무는 기뻐서 춤을 추는거지. 나도 사람들이 아주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해요. 그만큼 건강을 회복한거지. 그래서 이렇게 즐겁게 용기를 얻어서 아름답고 멋있게 남은 여생을 살거에요."

목 씨는 "이 곳에 오는 것이 유치원 오는 기분"이라며 삶의 활력을 되찾고 있다고 전했다.

유봉녀(66)씨는 3년째 배우고 있는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와 사무침을 작품에 표현했다. "제가 12살때 엄마와 함께 밭에 갔는데 엄마는 하루종일 밭만 메고 그 옆에서 개미나 방아깨비만 잡고 놀았던 기억이 있어요. 엄마가 내 나이 18살때 돌아가셨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그땐 내가 왜 엄마를 도와주지 않았을까.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저려와요."

유씨는 이번 작품을 함께하며 "내가 아주 유명 작가가 된 기분"이라며 "그 동안 몸도 많이 아팠었는데 지금은 왕이 된 기분"이라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리본 프로젝트로 기부되는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미술반 회원들이 함께 만든 피아노. / 이지효

윤원희(74)씨는 어릴적부터 좋아하던꿈을 미처 펼치지 못했지만 막내아들은 서울대 미대 출신이라며 자랑하기도 했다.

윤씨는 "'나의 작은 방의 창문'을 주제로 그 안에서 보이는 풍경인 벚꽃을 그려넣었다"며 "나만의 비밀인데 오늘 탄로났네"라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미술반 회장을 맡고 있는 박옥기(73)씨는 "노후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 너무 행복하다"며 "조성연 선생님 덕분에 미술이 단지 그리는 것 뿐만이 아니라 만들기도 하고 접기도 하고 뜨개질도 하고 자기가 하고싶은대로 창의력을 붇돋아주니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박씨는 "그리고 나의 삶의 추억을 더듬어 이런 작품도 만들고 우리 미술반 이름으로 기증도 하게 되니 너무 보람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프로그램이 계속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곳의 회원들은 삶의 활력 뿐 아니라 자존감, 서로 위하는 마음, 또한 동 시대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공유하고 있었다.
 

#인터뷰-조성연 작가

"현대인은 문화소외자...찾아가는 예술 하고 싶어"
 

조성연 작가

훌륭한 제자들이 있다면 그들을 가르친 스승이 있기 마련이다.

희망의 문을 열고 다시 꿈을 꾸게 만든 청주노인종합복지관 미술반을 이끄는 조성연 작가다.

한국교원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예술교육과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연구하는 조 작가는 청주노인종합복지관 미술반처럼 특별한 곳을 본적이 없다고 말한다.

"이곳 평균 나이가 75세 이상인데 이곳에서는 어른들이 자칫하면 가질 수 있는 고집이나 아집을 찾아볼 수 없어요. "형님, 좀 가르쳐주세요."하면서 나를 내려놓고 서로 소통하면서 도와주시고 조언해주시거든요. 정말 많은 변화가 눈에 보여요."

한지를 이용해 '바람이 지나는 눈(Window)'이란 제목으로 하늘과 바다가 이어진 공간을 피아노에 표현했다.

오히려 하늘이라 생각한 위쪽에는 고래를, 바다에는 새를 그러넣어 다른 공간이지만 하나로 이어진 세계를 담아냈고 창문을 통해 함께하는 모습을 기획했다. 미술반 할머니들의 작품에도 자기 모습을 꼴라주로 표현했고 창문을 똑같이 달았다. 하나는 청주공항, 다른 하나는 청주시립미술관으로 이동하지만 어느 공간에 있어도 그 창을 매개로 함께하는 모습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조성연 작가의 피아노

조 작가는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문화 소외자일 수 밖에 없다"며 "찾아가는 예술을 통해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기회가 된다면 경찰, 소방관, 자영업자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찾아가는 예술을 하고 싶다는 조 작가.

그녀가 강조하는 '유목형 문화예술'이 곳곳에 뿌리 내리기를 바라본다.

이지효 기자 jhlee@jbnews.com

<저작권자 © 중부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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