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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난방의 공화국

기사승인 2017.06.11  19: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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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눈]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한장면(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 뉴시스

중구난방(衆口難防). '여러 사람의 입을 막기 어렵다'는 뜻이지만 '대중의 언로나 사상을 어떤 수단으로도 통제할 수 없다'는 말로도 쓰인다. 공화국(共和國).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나랏일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중구난방과 공화국이 어떤 인연이 있을까? 중국 고전 <십팔사략(十八史略)>를 살펴보자. 기원전 주나라 10대 여(勵)왕은 건국 초 70개 제후국 귀족들에게 나눠주었던 땅을 몰수해 백성들이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산에서 열매나 땔감을 구할 수 없었으며, 강과 호수에서는 물고기를 절대 잡을 수 없었다. 심지어 함부로 농사도 지을 수 없었다. 길거리에 보초를 세워 돈이 될 만한 소지품을 빼앗았다. 백성들은 가렴주구(苛斂誅求)에 허덕였다. 조정을 비난하는 사람을 모조리 잡아다 교수형에 처하는 등 잔혹한 형벌을 가했다. 요즘 말로 언론탄압이었다. 이런 공포정치는 혼자 할 수 없는 법, 그 배경에는 간신 영이공(榮夷公)이 있었다. 하지만 역사가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폭압정치는 결국 4년 이상을 가지 못했다. 충신 소공(召公)과 민초(民草)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공의 지부상소(持斧上疎)의 충언은 이렇다. "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개천을 막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개천이 막혔다가 터지면 사람이 많이 상하게 되는데, 백성들 역시 이와 같습니다. 그러므로 내를 막는 사람은 물이 흘러내리도록 해야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말을 하게 해야 합니다.". 여왕은 이런 충언을 들을 인물이 아니었다. 결국 백성들은 국인폭동(國人暴動)을 일으켰다. 여왕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도망가 평생을 갇혀 살게 되었다. '防民之口 甚於防川'에서 백성 '民'은 많은 사람 '衆'으로, 심하다 '甚'은 어렵다 '難'으로 바뀌어 '衆口難防'이란 말이 탄생했다.

국왕이 없는 정치공백기간이 10년이나 이어졌다. 그대로 있을 수는 없는 법, 대신(大臣) 주공(周公)과 소공, 일부 제후들이 천자를 대행해 국정을 맡았다. 여러 사람이 여왕의 아들 정(靜), 선왕(宣王)이 즉위할 때까지 14년이나 나라를 다스렸다. 이처럼 국정을 여러 사람이 함께 수행하다고 해서 '공화제(共和制)'이란 말이 탄생했다. 주권이 백성에게 있고 백성이 선출한 대표자가 백성의 인권과 이익을 위해 국정을 행하는 국가정치 체제가 등장한 시점이다. 국가원수를 세습하는 군주제와 상치되는 개념이다. 만약 소공과 백성들이 목숨을 담보로 나서지 않았다면 백성이 주인이 되는 국가체제, '공화국'이란 말이 태어났을까? 결국 중구난방이 공화국을 탄생시킨 셈이다. 기원전 841년 전의 일이다.

심오하고 역사 깊은 정치사회적 용어가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턴가 체면을 구기고 있다. 엉뚱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막기 어려울 정도로 여럿이 마구 지껄임'을 뜻하는 아주 천박스런 용어로 말이다. '비논리적이고 일관성이 없는', '어수선하고 통제가 불능한 상황'을 일컫는 말로 변질되었다. 왜 그랬을까? 위정자들이 하나 같이 권리를 남용하고 백성의 인권과 이익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정치사는 무질서한 상황, 변질된 의미의 중구난방이었다. 입을 막기 어려운 형국이 아닌 무질서하고 기준이 없는 그런 정치 형국 말이다. 조리가 없고 언행불일치의 말이 많아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중구난방 꼴이다. 위정자 꼴리는 대로 국민들은 휩쓸렸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늘 그래왔지만 그래도 이번만은 과거 정치사와 다를 것이라 믿는다. 촛불로 명실 공히 '본래 의미의 중구난방'을 보여줬다. 자못 기대가 크다. 변질된 衆口難防, 즉 '衆口亂邦'이 되지 않길 바란다. 주나라 19대 경(頃)왕이 거대한 종을 만들려 하자 실효성이 없고 백성수탈이라며 상소한 주구(州鳩)의 명언도 간절히 덧붙이고 싶다. "중심성성(衆心成城) 중구삭금(衆口鑠金): 뭇 사람이 마음을 합치면 성을 쌓은 것처럼 나라가 강하고, 여러 사람의 말은 무쇠도 녹일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중부매일 jb@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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