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충남 금강 공주보 전경/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낙동강 고령보, 달성보, 창녕보 함안보,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등 여섯보(洑)를 다음달 1일부터 즉시 개방하라고 지시한 이후 일부 지자체가 극심한 물부족과 수상레저시설 폐기문제에 봉착했다. 이들 보의 수문개방은 물을 흐르게 해 '녹조라떼'라는 말이 나올 만큼 악화된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보에 가둬둔 물은 농업·공업용수뿐만 아니라 각종 수상레저시설로도 활용되고 있다. 보의 수문개방으로 물 공급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보의 상시개방뿐만 아니라 전면철거까지 나오고 있지만 물 부족으로 인한 대책은 간과(看過)되고 있다.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는다면 사회적인 논란과 국론분열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최근 충남 공주시 공주보 인근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만수위에 달할 만큼 물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공주보가 내달 1일 수문을 열기 때문이다. 현재 공주보는 관리수위 8.75m를 유지하고 있으며 확보한 수량만 1천560만t에 달한다. 하지만 수문을 개방하면 보 수위 하락으로 농업용수 차질이 우려된다. 공주보 상류 금강 본류 유역에는 현재 농업용 양수장 4곳(원봉·장기1·소학·세종천연가스발전소 양수장)이 가동 중이다. 이들 양수장은 공주시와 세종시 농경지 585ha에 금강에서 퍼 올린 물을 공급한다. 요즘 같은 가뭄에 공주보 개방은 농사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올 농번기는 현재와 같은 관측시스템을 갖춘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심각한 가뭄이다. 가뭄에 속이 타는 농민들은 보 수문개방 방침이 나오자 '물부족 공포'를 실감하고 있다.

공주보 수위가 낮아지면 각종 수상이벤트행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주시는 공주보 설치로 물이 가득 찬 금강신관공원 일원에서 해마다 전국수상스키·웨이크보드대회와 조정경기 등을 열고 있지만 취소해야할 판이다. 또 당장 세종시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 운영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아직 정확한 지침을 내려주지 않아 수문을 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공주보 뿐만 아니라 대구 달성보 인근지역도 비상이 걸렸다. 농어촌공사는 달성보 수위가 1.5m만 낮아져도 일부 양수장 가동에 지장을 초래하고 수위가 7m 내려가 양수장 가동이 중단되면 인근 1367ha의 농토피해가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22조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고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은 새삼스럽지 않다. 이에 따라 환경적인 악영향 측면을 감안하면 보를 유지하는 것 보다는 철거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생태계 혼란은 물론 물부족이 심화되면서 농업^생활^공업용수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만약 금강백제보가 없었다면 충남지역 8개 지자체 주민 48만명이 물부족으로 고통을 당했을 것이다. 무조건 수문을 개방하고 전면적으로 보를 철거하려 하다간 속도전으로 밀어붙였던 4대강 사업의 폐해가 또다시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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