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 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경제사령탑으로 발탁된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개룡남(개천에서 용이 된 남자)'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청계천 판차촌과 경기도 광주 천막에서 성장해 정통경제관료 출신으로서는 드물게 고졸 신화를 쓴 주인공이 됐다는 점이다. 약관(17세)의 나이에 은행원으로 첫 발을 내디딘 그는 주경야독한 끝에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합격할 만큼 부지런하고 의지가 강한 인물이다. 둘째는 보수정권과 진보정권에서 두루 중용됐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때 '국가비전 2030'작성의 실무를 총괄했으며 이명박 정부시절 예산실장을 했고 박근혜 정부때에는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김 후보자의 집념이 대단하고 능력 또한 출중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발탁하면서 "경제계, 학계, 정계에서 두루 인정받는 유능한 경제전문가인 만큼 위기의 한국경제를 다시 도약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실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발탁 배경이 의미하는 대로 위기의 한국경제는 그의 어깨에 달려있다.

최근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유례없는 활황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기업실적이 개선되고 외국인투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호전되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오히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등 정보기술(IT) 대기업이 주도하는 증시는 한국경제가 당면한 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경제는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고질적인 질환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가 늘면서 성장이 지체되는 인구 오너스(Onus) 시대에 접어들어 구조적 소비부진으로 경기침체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 경제성장률을 2.5%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정치적 불안과 대외 통상 위험이 이유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도 고령화 사회로 인한 사회역동성이 하락하면서 일부 수출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중소기업의 경영부진이 심각하다. 이런 기업 환경에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청년실업은 청와대와 여당의 표현대로 '국가재앙수준'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경찰·소방·군무원 추가채용, 정부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공일자리확충등 문 대통령 공약의 현실화에 나섰다. 또 저소득·노인 등 취약계층 복지지원 공약도 추진해야 한다. 이로 인해 재정증가율이 뛰면서 향후 5년간 178조원의 혈세가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예산과 세제를 제대로 짜지 못한다면 다음 정권에 큰 부채를 물려줄 수도 있다.

양극화도 문제다. 가진 자 대한 반감이 확산됨에 따라 사회통합이 약화되고 갈등조정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기득권에 입각한 사적이익 추구행위가 이해 관계자간의 갈등을 빚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계층사다리를 뛰어넘는 희망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많은 이들에게 보여 주겠다"고 했다. 그는 저성장, 청년실업, 저출산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두었다. 경제성장에 일자리까지 창출된다면 복지도 개선될 것이다. 서민들의 애환을 잘 아는 김동연 후보자의 지혜와 추진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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