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5월에는 선물이라는 낱말이 자주 떠오른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마음을 담은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선물하면 둘째 아이가 생각난다. 큰 아이랑 7살 터울인 둘째는 참 귀여웠다. 그래서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사탕 한 알이라도 줄 때면 "지우야, 눈 감아봐. 자~ 선물." 이라고 하면서 손에 쥐어주었다. 그 이후로 아이는 "눈 감아봐."라고 얘기하면 "선물?"이라고 대답하며 눈을 꼭 감고 두 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둘째 아이는 무조건(?) 선물을 많이 받는 아이였다.

그래선지 아이 역시 어린이집에 다닐 때면 무엇이든 나에게 줄 때 "아빠, 선물. 눈 감아" 라고 얘기했다. 나 역시 무조건 눈을 감고 두 손을 내밀어야했다.

아이의 선물은 구슬 한 개, 사탕 한 개, 바둑알 한 개, 나뭇가지, 작은 돌멩이, 구부러진 못... 참 다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선물에 눈을 감은 적이 있다.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 손 위에 놓여 진 선물은 바로 유리조각이었다. 땀방울을 송송 단 아이는 어디서 주웠는지 주머니에 몇 개 더 있었다. 깜짝 놀라는 나에게 아이는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아빠, 예쁘지?"라며 두 눈을 말똥거렸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선 한번은 풍경이 그려진 그림을 가지고 와 내 두 손 위에 올려놓았다. 평소 내가 그림에 관심이 많은 걸 알고 가지고 온 듯싶었다. 유화였는데 고교생의 작품이었다. 아마도 학교 미술시간에 그린 것 같았다. "와우! 멋있는 걸." "그치? 아빠. 이거 누가 버린 건데...내 친구가 주웠어. 내가 갖고 싶은데 안 준다고 해서 내가 100원 주고 샀어. 빨리 장식해." 그 이후로 아이는 많은 종류의 선물을 주었다. 그때마다 나는 눈을 감고 두 손을 공손히 내밀어야했다. 둘째 아이를 통해 새삼 마음을 담은 선물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느끼게 되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선물에 관한 조사 결과를 보았다. 성인 남녀가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현금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성의가 좀 없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은가 보다. 또한 저렴해도 뜻하지 않은 가벼운 선물은 상대를 기쁘게 한다고 한다. 지난 달 내 동화책이 나와 가까운 아동문학가에게 보내게 되었다. 마침 그 분 역시 얼마 전 '예의 바른 딸기'라는 동시집을 냈기에 책과 함께 딸기가 그려진 작은 공책 한 권을 보냈다. 평소 예쁜 공책이 있으면 사곤 하는데 대전에 갔다가 사 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 분이 내 책보다 딸기 공책에 더 감동을 받은 듯 너무 사랑스럽다며 문자를 보내주셨다. 그 문자를 읽는 동안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 그 기분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그날 밤 잘 생각해 보니 그 좋은 기분이 참 좋은 선물 같다란 생각이 스쳤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아이가 전해주던 유리 조각, 풀잎 하나, 요구르트 병에다 꽂아 온 민들레꽃 한 송이... 가만 생각해 보면 마음을 담은 선물이 오래 가는 것 같다. 물론 현금이나 상품권에도 마음을 담뿍 담았으리라. 더 담지 못해 속상할 정도로. 이제 둘째가 커서 눈을 감고 손을 내밀라는 주문은 없지만 아주 가끔은 눈을 꼬옥 감고 두 손을 내밀고 싶을 때가 있다.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선물을 할 때도 있을 테고, 부담이 되어 고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선물이라는 낱말은 그래도 설렘을 담고 있는 것 같다. 5월, 선물 고민이 있다면 행복을 불러오는 기쁜 고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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