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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초 정조와 윈스턴 처칠

기사승인 2017.05.14  18: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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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눈]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윈스턴 처칠 자료사진 / pixabay

뜨거운 감자. '감자가 뜨거워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다'는 뜻이다. 원래 우리말이 아니다. 영어 'hotpotato'를 직역하면서 흔한 우리말처럼 쓰인다. 미국인들은 감자를 우리가 김치 먹는 만큼이나 자주 먹는다. 주로 오븐에 구워 먹는다. 이때 자칫 구운 감자를 손으로 집을 경우 데기 십상이다. 뜨겁기가 겉과 속이 달라 감자를 한 입 물기라도 하면 뜨거워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지경에 처한다. 그래서 'hotpotato'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난감한 문제나 미묘한 문제를 일으키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반드시 해결해야하지만 사안이 민감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일컫는 포괄적 용어다.

뜨거운 감자는 주체가 국가나 사회 혹은 개인일 수도 있다. 국가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무엇일까? 국가가 전매(專賣)하는 담배경작 판매사업(1921년 시작) 아닐까? 담배는 국가 살림에 도움이 되나 건강을 해쳐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담배 한 갑에 1007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지난해 729억 개비가 팔려 조세수입만도 무려 12조 4천억 원에 이르니 국가가 담배사업을 포기할 수 없지 않은가? 문제는 그 담배가 건강악화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담배사업을 포기하자니 조세수입이 감소해 국가살림이 어려울 것 같고, 그렇다고 건강 악화는 물론 그로 인한 의료보험 비용 증가로 마냥 유지하거나 권장할 수도 없다. 아무리 기호품이란 명분을 들이댄다 해도 흡연이 다수로부터 인정받기 어렵다.

조세수입과 건강악화라는 양면을 지닌 뜨거운 감자를 무척이나 즐긴 아니 과거시험 문제까지 냈던 사람과 늘 물고 다녔던 사람이 있었다. 모두 무척이나 구불석연(口不釋煙)였다. 그 하나는 조선 정조(正祖)였다. 이른바 골초 왕. 이때는 이미 일본에서 담배가 전래되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담배를 피웠다. 남쪽에서 전해졌다해 초기에는 남령초(南靈草)라 불리었다. 정조의 담배 예찬론이다. "담배처럼 유익한 것이 없다. 담배가 아니면 답답한 속을 풀지 못하고 꽉 막힌 심정을 뚫어주지 못한다. 담배가 탈 때 나는 열 때문에 추위를 막아줌은 물론 소화 장애와 불면증 해소에 특효가 있다" 신하들에게 적극 흡연을 권장했다. 송곳이라도 꽂을 곳이 있으면 담배를 재배하라며 백성들을 장려하기도 했다. 특히 정조는 창덕궁에 담배 터를 만들어 공공연하게 아주 폼 나게 담배를 피우도록 했다. 심지어 정조는 담배를 과거시험의 일종 책문(策文)의 시제로 내걸었다. '남령초 유용성에 대해 논하라' 아예 정조는 조선을 흡연의 나라로 만들겠다고 선포까지 했다. 급기야 '담배경작을 법으로 제한해 달라'는 신하들의 상소가 끊이지 않았다. 정승 채제공(蔡濟恭)은 흡연 청년을 나무라다 오히려 개망신을 당했다. 분을 이기지 못한 채제공은 정조에게 '정승 짓 못해 먹겠다'고 하소연했던 일화를 만들기도 했다. 골초여서 그러 한가? 정조는 50을 넘기지 못하고 48에 죽었다.

담배하면 또 하나의 인물이 있다.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바로 담배, 시가(궐련)를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15,000 피트 전투기에서 산소마스크에 구멍을 뚫어 담배를 피울 정도였다. 흡연이 불허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우디 국왕을 만난 자리에서도 기어코 담배를 피웠다. 식사시간을 제외하곤 시가를 물고 하루를 보냈다. 이렇다 보니 의복, 침대, 양탄자에 구멍이 뻥뻥 뚫렸다. 오죽하면 아내가 저녁에는 반드시 턱받이를 차도록 했다. 한 때 독일군이 한 담배 가게를 공격했다. 이 가게는 처칠이 무척 즐기는 쿠바산 시가를 팔았다. 그는 낙심했지만 이내 기뻐했다. 다행히 시가만은 무사하다는 주인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루 10개 안팎의 시가를 피웠다. 그의 서재에는 삼사천여 개의 시가가 비치되어 있다. 이 같은 시가 사랑에 당시 그의 비서 주급(週給)과 그의 이틀 분 담배 값과 맞먹었다한다. 골초 수준을 넘어 니코틴 중독자였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담배는 타들어가면서 연기와 함께 사라진다. 이처럼 사회적 억압과 강제, 정신적 긴장도 담배연기와 함께 사라졌으면 하는 기대감에서 흡연하는 것일까? 힘껏 담배를 빨아들인 뒤 폼 나게 뿜어내는 연기에 마취되어 흡연하는 것일까? 여하튼 스트레스가 없으면 담배도 사라질 것이다. 이래저래 담배는 뜨거운 감자에서 벗어나긴 영 글렀다.


중부매일 jb@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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