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커플의 지구별 신혼여행]13. 네팔-카트만두·포카라

세계3대 패러글라이딩 포인트라는 포카라. 큰 페와호수를 저 높이서 내려다보니 마음이 평온해진다 / 후후커플

● 후후커플은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동반퇴사하고
1년 간 세계여행을 떠난 조현찬(32)·연혜진(28) 부부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히말라야 트래킹에 도전하기 위해 네팔을 찾았다. 우리의 여행 중 또 한 번의 큰 도전이다. '트래킹이라곤 미얀마에서 1박 2일 밖에 안 해본 우리가 할 수 있을까?' 막상 하겠다고 네팔에 오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 "맛있는 거 먹고 쉬다가 올라갈 용기가 생기면 그때 트래킹해보자." 오빠의 말에 용기가 났다. 카트만두에서 이틀 있다가 버스로 안나푸르나가 있는 포카라로 이동하기로 했다.

카트만두의 여행자거리 '타멜거리'

카트만두에 있는 동안 먼지와 매연, 소음에 정신이 없었다. 인도에 가면 이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후의 이야기지만 인도는 카트만두와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시끄럽고 정신없는 나라다. 사진으로 담지 못했지만, 카트만두는 2년 전 일어났던 대지진의 잔재가 아직 곳곳에 남아있었다. 많은 골목과 집들이 터만 남거나 보수공사 중이었다. '얼마나 잔혹한 지진이었을까' 짐작만 해볼 뿐이었다. 네팔의 수도인데도 카트만두는 참 쓸쓸해 보였다.

카트만두에 도착하자마자 숙소를 찾아가는데 비가 쏟아져 내렸다. 비에 쫄딱 맞으면서도 언제나 듬직하게 앞장서서 나를 끌어주는 남편. 지치고 힘들고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내가 걱정하며 물으면 언제나 "괜찮다"며 내 손을 잡아준다. 앞뒤로 배낭에 우비를 입어도 홀딱 젖은 오빠가 뚜벅뚜벅 걷는 모습이 만화캐릭터 같았다. 귀여운 남편의 모습에 나는 웃으며 다시 힘을 낸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남자가 얼마나 듬직하고 든든한 사람인지.

네팔에선 쉽게 볼수 있는 티벳음식 중 하나인 달밧. 녹두국인 '달'을 밥에 부어 반찬과 먹는다. 걸죽한 요거트 라씨와 한끼식사 / 후후커플

네팔에서의 첫 끼는 네팔리들의 대표 음식인 달밧 정식과 모모를 먹어보기로 했다. 달밧은 '달'이라 부르는 녹두죽을 밥에 비벼 각종 반찬을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네팔의 국민 음식이라 불러 무척이나 기대하며 맛을 봤는데, 우리에겐 영 맞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녹두죽 맛이 너무 비렸다. 만두처럼 생긴 모모는 다행히 맛이 괜찮았다. 우리나라 만두피보다는 좀 더 두껍지만, 그래도 한국인에게 가장 잘 맞는 음식답게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버스로 8시간을 달려 포카라에 도착했다. 여행자들의 블랙홀이라 불리는 포카라. 히말라야 트래킹이 아니더라도 히말라야 설산과 페와 호수가 만들어내는 멋진 경관, 산과 호수에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 저렴한 물가, 한식당과 맛집들도 많아 여행자들이 장기체류하다 가기도 하는 곳이다. 숙소 포함 하루 생활비 1만 원이면 충분하니, 그럴 만도 하다. 페와 호수를 보니 절로 평온한 기분이 들어, 이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 마저 들었다.

포카라 / 후후커플

포카라에서는 여행 중 처음으로 한인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다. 트래킹 정보를 얻으려 예약한 곳이었는데, 도리어 타지에서 따뜻한 환대를 해준 한인 게스트하우스 윈드폴 사모님 덕분에 네팔 15일 비자를 한 번 더 연장해 머물렀다. 매일 아침 부스스 일어나 커튼을 열면 큰 페와 호수가 햇빛에 반짝거리는 모습을 보며 하루가 시작됐다. 슬리퍼만 대강 신고 로비로 내려가면 전날 못 봤던 새로운 여행자가 앉아있기도 하고, 몇 달째 이곳이 좋아 머무르고 계시는 장기 여행자들도 앉아있었다. 밖에 나가지 않아도 그냥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여행 이야기도 듣고, 다른 사람들의 삶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몇 권의 책을 읽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여행을 떠나온 우리지만, 우리보다 '미친' 사람들은 세상에 훨씬 더 많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대기업에 다니다 퇴사하고 한 곳에 눌러서 종일 책만 읽는 사람도 있었고, 공무원이었지만 퇴사하고 여행을 한 뒤 다시 임용고시에 합격한 사람도 있었다. 여행자금도 없이 마이너스 통장으로 여행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여행하다 돈이 떨어지면 워킹홀리데이로 다시 벌어 또 여행을 떠나겠다고 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미쳤다'는 말을 듣고 여행을 떠나온 사람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더 미쳐본 사람이 더 행복하게 자기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포카라 페와호수 / 후후커플

포카라에서는 따분할 일이 없었다. 종일 호수를 보며 넋 놓기도 하고, 새벽에 사랑곳(Saranggot)에 오르면 히말라야 설산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황홀한 일출을 감상하기도 했다. 세계 3대 패러글라이딩 명소답게 하늘을 올려다보면 패러글라이더들이 하늘에 수놓듯 떠 있기도 했다. 그 모습에 반해 직접 패러글라이딩을 해보기도 했다. 하나도 안 무서울 줄 알았는데,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게 너무 떨렸다. 손을 놓고 즐겨도 되건만 뭐가 그리 두려운지 나는 끈을 너무 꽉 쥐어 팔에 알이 배기기도 했다. 하지만 저 하늘 높이서 페와 호수와 포카라를 내려다보고 눈높이에 히말라야 설산들이 펼쳐졌던 그 순간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만 같다. 그건 마치 내가 새가 되어 훨훨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기분이었다.

포카라 사랑곳에 올라가 일출과 함께 기념촬영 / 후후커플

나는 이담에 또 포카라를 찾을 것 같다. 고향처럼, 아무것도 없이 그냥 가도 좋은 곳이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포카라에 다녀왔으면 좋겠다. 적어도 열흘, 아니 기한이 없으면 더욱 좋고.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포카라에 가면 이 모든 걱정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아무것도 안 해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 후후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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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커플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이야기 (보너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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