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시대…'문화분권' 실현이 핵심"
문화정책 중앙집권적이며 정부는 여전히 갑
시설 아닌 사람 지원·지원 후엔 간섭 말아야
지역간 경쟁구도 아닌 상생기반 구축이 갈길
'지방세법 개정 지역문화재정 확대 지원' 과제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대선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후보들은 어떤 문화공약을 제시하고 있을까. 문화는 이제 한 국가의 수준과 품격을 말해주는 수준을 넘어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컬시대를 맞아 지역이 나라의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지역문화예술에 대한 의미와 가치도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서울 중구 시민청 태평홀에서는 한국광연문화재단연합회(회장 김경식 충북문화재단 대표)와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회장 김혁수 용인문화재단 대표) 주최로 대선후보들에게 문화정책 개선방안을 제안하는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화정책 토론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두 연합회 소속 77개 기관이 참여한 이번 문화정책 토론회에서는 지역문화정책에 대한 문제점, 한계에 대한 개선점과 함께 새로운 정부, 새로운 대통령에 바라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역문화정책을 제안했다. 특히 토론 참석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핫이슈로 부상한 지방분권 논의에 맞춰 문화민주주의가 실현돼야 하며, 문화분야의 자율화가 새로운 정부, 새로운 시대의 화두임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체를 폭로했던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기조발제를, 박상언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와 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지역문화정책에 대해 발제했다.
#잠재적 역량 성장한 지역이 새로운 출발점
기조발제를 맡은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국민대 석좌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자금은 성과가 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기본은 사람을 키우는 차원에서 투자되어야 한다"며 "특히 지금은, 과거 문화행정의 경험도 부족하고 집행할 수 있는 재원도 없어서 중앙의 지침과 지원을 바라보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각 지역이 가시적이고 잠재적 역량이 크게 성장해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의 문화예술정책도 중앙 및 지방 행정기관과 문화재단, 민간단체 사이의 역할 분담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며 "갑을 관계의 수직적 분업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으며,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협의하며 각자의 장점을 살리는 수평적 분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차기 정부의 올바른 문화정책 방향을 ▶문화행정 권한의 분산 ▶시설이 아닌 사람에 대한 지원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지원 후 불간섭 등 3가지로 제시했다.
특히 이날 강연 중 유 전 장관은 "문화예술계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실행한 것은 범죄"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인이 자기편을 지원한 건 과거부터 있었던 일인데 왜 이번에만 문제를 삼는냐는 의견도 있지만, 분명히 말하건대 공적인 조직을 이용해 자기편에게 공적인 재원을 나눠줌으로써 권력을 사유화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문체부 실무자는 예술인들에게 사과했는데 우리 사회 지도자는 한번도 사과하고 반성하지 않은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유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2월 문체부 장관으로 취임했으나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가 2014년 7월 갑작스럽게 경질됐다. 그는 지난해 말 퇴임 한달 전쯤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다며 블랙리스트 의혹을 폭로해 큰 충격과 파문을 일으켰다.
#문화평등권 보장·청년예술가 창업 과제
지역문화정책에 대한 발제에서 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중앙정부는 예산을 지원하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갑'의 위치에 서 있다"고 지적하고 "중앙정부는 지역문화정책과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전문인력 확보, 고유목적 사업 수행에 적절한 안정적 재정 기반 확보, 사업기획 및 수행에 있어서의 자율성, 일반행정이 아닌 조직특성에 맞는 문화행정 체계의 구축 등이 과연 얼마만큼 이루어졌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이어 새 정부에 대한 문화정책으로 문화평등권 보장, 지역간 경쟁이 아닌 상생기반 구축, 청년예술가의 문화서식처 조성을 통한 창업, 창직 활성화, 예술인 기본소득제도 도입, 기초지자체 행정공무원의 문화직렬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또 박상언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지역문화분권을 통한 상향식 지역문화정책 수립과 종합적인 지역문화정책 협의 채널 마련 등 협치체계 제도화, 지역문화진흥법의 제정 취지에 맞는 지역문화진흥기금 조성, 지방세법 개정을 통한 지역문화재정 확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뜨거운 참여 열기는 문화정책에 대한 열망
이번 문화정책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김경식 한국광연문화재단연합회 회장(충북문화재단 대표)은 "예상외의 참여와 열기 속에 이번 토론회가 개최된 것은 문화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식하고 새 정부의 문화정책이 바른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열망을 담은 것"이라며 "결국 새 시대, 새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은 자율성을 기반으로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논의의 핵심이었다"고 전했다.
<5·9 대선 각 당 후보별 주요 문화공약>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