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변호사

그뷔드니 소를라시위스 요한네손 아이슬란드 6대 대통령/ 공식 웹사이트 http://gudnith.is/en/front_page

월요일부터 법정선거운동이 시작된 대통령 선거에 무려 15명이나 되는 후보가 등록했다. 그중 국회의석을 가진 정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는 5명. 저마다 자신의 정치지향점을 드러내는 곳을 방문하는 것으로 첫날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인물사진을 멋지게 변형시켜 벽보를 만들기도 하고, 새로운 공약을 매일 쏟아 놓기도 한다. 과연 어떤 이를 뽑을까. 흔히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도덕성, 국민통합 능력, 국정운영 능력, 철학과 소신, 시대정신 등을 꼽는다. 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무엇보다 국민과 소통하는 가슴 따뜻한 대통령을 뽑고 싶다.

이번 조기대선을 야기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근원은 무능, 부패, 독선으로 요약되지만, 무엇보다 대통령으로서 주권자인 국민을 우습게 여긴 것이 가장 큰 잘못이다. 국민을 무시하고, 심지어 자신의 참모들과도 소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순실이라는 개인에게 나라의 중요한 일을 맡겨 권력의 사유화를 가져왔다. 그 결과는 절대적 무능, 국정파탄, 부패, 국격저하였다. 좌절한 국민들은 분노했고 촛불을 들었다. 이게 나라냐고 외쳤다. 나라가 무엇인지, 대통령의 역할이 무엇인지 물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임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국민을 소중히 여기고, 함께 아픔과 기쁨을 같이 하는 대통령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과연 우리는 이런 대통령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그동안 우리 국민이 너무 오랫동안 '고독한 유권자'였다는 말로 뜻에 맞는 대통령을 가져 보지 못했음을 한탄하는 이도 있지만, 정말 그랬다. 생각해 보자. 1948년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뽑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국민과 함께 호흡하며 아픔과 기쁨을 함께 한 대통령이 과연 몇이나 있었던가. 끝까지 국민의 가슴에 남아 존경받는 이가 있었던가. 개인적인 지식과 경험으로는 근래 노무현 대통령 정도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수영대회 시상식에 참석하고 돌아가던 도중 수영장 앞에서 만난 두 어린이가 집에 까지 태워다 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들어주고, 피자를 사 달라는 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경호없이 피자가게 앞에 줄을 서고, 월급 인상분을 기부한 요하네손 아이슬란드 대통령. 그의 국민지지도는 97%란다.

사람의 소중함을 우선하고, 국민을 위해 눈물 흘릴 줄 아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국민의 아픈 가슴을 보듬어줄 줄 아는 대통령, 아침저녁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과연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렇게 가도 되는지 자문하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자신을 낮출 줄 아는 대통령, 하찮은 무수리의 이야기도 귀담아 들어주고, 약속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지킬 줄 아는 대통령,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고 고칠 수 있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 있고, 아무리 거창한 구호와 그럴듯한 공약을 내걸고 길바닥에서 큰 절을 한다 해도, 이런 마음 없이는 성공한 대통령, 국민에게 존경받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유재풍변호사

이번에 입후보한 이들 가운데 과연 이런 사람이 있을까. '고독한 유권자'라는 말처럼 유권자들인 국민의 마음에 모두 합한 후보는 없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더 나은 이, 국민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이를 찾아야 한다.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 사람이 성장해 온 과정과 살아온 이력을 보면 안다. 혼자만 열심히 살아왔는지, 다른 이들도 존중하며 시대의 아픔을 몸소 겪고 나누면서 살아왔는지, 그리고 약속은 지켰는지, 반칙은 없었는지, 자신의 잘못이 있으면 솔직히 인정하며 살아왔는지를 보면 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어떤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왔는지, 지금 어떤 사람이 모여 있는지 살펴보면 안다. 혹 떠나간 사람들이 있는지, 떠난 사람들은 왜 떠났는지 살펴보면 안다.

"모든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는 말이 유행인 요즘, 과연 우리는 어떤 수준의 정부를 탄생시킬 것인가. 지난 수 개월간 무엇 때문에 분노했던가를 돌아보자. 진정 이웃을 배려하고 국민을 사랑하는 소명의식 있는 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의 소유자를 대통령으로 뽑자. 그가 이끄는 이 나라가 자랑스러워지도록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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