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커플의 지구별 신혼여행]10. 미얀마 양곤

양곤 시내 중심에서 보이는 술래파고다 모습

후후커플은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동반퇴사하고

1년 간 세계여행을 떠난 조현찬(32)·연혜진(28) 부부다.

벌써 미얀마 여행의 마지막 도시, 양곤에 왔다. 양곤은 미얀마의 정치, 경제의 중심도시다. 나는 어느 나라건 그 나라의 '수도'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대부분 나라의 수도에는 사람도 건물도 많고 '도시화'되어 있어, 그 나라만의 특색을 찾기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나라만의 문화를 느낄 수 있거나 예쁜 자연이 잘 보존된 곳에 가는 걸 더 좋아한다. 그래서 내게 양곤은 네팔로 넘어가기 위해 잠깐 들르는 곳이었다. 우린 이 도시에서 관광지를 찍고 돌아다니는 바쁜 여행자가 아니라, 한껏 게으름 피우며 현지인처럼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 나라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보려면 기차 3등석을 타거나 로컬버스 등 그들의 발이 되는 교통수단을 직접 타보라는 이야기가 있다. 여행객들은 여행자 버스를 타거나 어느 정도 좋은 클래스의 좌석버스를 타기 때문에 현지인들과 직접 몸을 부딪치며 뒤섞여 타는 버스나 기차를 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3시간 정도 양곤과 근교 지역을 크게 한 바퀴 돈다는 양곤 순환 열차를 타기로 했다. 3시간 동안, 우린 뭘 볼 수 있을까? 두근거렸다.

창문과 문도 없이 달리는 순환 열차에 올라타자, 과일이나 채소를 잔뜩 머리에 인 아주머니들이 많이 보였다. 할머니가 큼직한 보따리들을 잔뜩 들고 타시기도 했다. 중간중간 역에 정차하면 1리터짜리 물통 10개를 든 꼬마들이 "물 사세요~"를 외치고, 빵이나 간식들을 한 소쿠리 들고 파는 사람들이 타고 내렸다 반복했다. 항상 문이 열려 있으니 어디서든 타고 내리는 게 쉬웠다. 잔뜩 짐을 지고 장에 가는 사람들과 먹을거리를 팔러 돌아다니는 소리까지, 이 모든 게 참으로 정겨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과연, 이 열차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마지막으로 미얀마를 떠나기 전, 이 작은 열차 칸에서 그들과 함께했던 세 시간이 생각보다 금방 갔다. 꾸밈없이 부산한 미얀마 사람들과 창밖에 풀과 나무, 그리고 그 사이에서 집을 짓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 창에 바짝 붙어 가만히 생각에 잠기는 나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자는 남편까지 그 모든 게 좋았다.

처음 미얀마에 도착한 날이 생각난다. 외국인도 별로 없고 교통 인프라도 잘 되어있지 않는 이곳이 황량하게 느껴졌다. 불교국가, 황금색 외엔 떠오르는 키워드도 없었다. 그만큼 미얀마에 대해 무지했고 무관심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라고 할 것 없이, 우리도 모르게 미얀마가 점점 좋아졌다. 주변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이었다. 다음 경유지인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에 얼른 가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미얀마 마지막 도시 양곤에서 느꼈던 감정은 '아쉽다'였다. 한 번쯤 미얀마 여행을 권하고 싶다. 만달레이 힐에서의 일몰, 바간의 수천 개의 파고다들, 깔로에서 인레로 향하는 트레킹, 드넓은 인레 호수까지. 정말 다양한 매력의 미얀마를 만나다 보면, 생각보다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한 그들의 모습이 더 친근해진다.

더 순박하고 정감 가는 사람들,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황금빛 파고다들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경관과 그 사이로 뜨고 지는 해를 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우리는 확실히 이곳에서 여유를 찾은 것 같다. 그냥 몸이 편한 휴양이 아니라, 많은 것을 보면서 생각하는 시간, 글 쓰는 시간도 많아지는 '힐링' 여행. 앞으로의 여행도 너무 조바심을 내지 않고 더 여유 부리면서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갖고 싶다. / 후후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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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커플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이야기 (보너스 사진)

양곤의 시장 / 후후커플
양곤의 시장 / 후후커플
양곤의 시장 / 후후커플

양곤의 길거리 / 후후커플
양곤의 거리에서 기념촬영 (연혜진씨) / 후후커플
양곤 순환열차를 타고 보이는 풍경들 양곤 사람들의 교통수단인 순환열차는 양곤을 삥 한바퀴 돈다
양곤 순환열차를 타고 있느 조현찬씨 / 후후커플
순대의 내장 부분을 양념에 찍어먹는 음식 / 후후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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