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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사회, 오래 걸려도 가야만 하는 길

기사승인 2017.03.20  17: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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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눈] 이재은 교수·충북대학교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소장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가슴시린 아픔이 있더라도 참고 이겨내야만 하는 고통이 있는 것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야만 하는 길이 있다. 위기관리 선진국, 안전한 국가를 만드는 길이 그 길이고,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이 그 고통이다. 벌써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자. 지난 20여 년의 세월동안 대한민국은 사람은 물론 교통, 통신, 기술, 문화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변화가 있었다. 오늘 날 유치원 어린이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이르기 까지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2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기술이었다. 그리고 20년 전에는 비행기, 기차, 버스, 택시에서도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식당에서도 흡연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제도와 의식이 변했다. 또 있다. 20여 년 전에는 인터넷도 없었다. 기껏해야 천리안, 하이텔과 같은 PC 통신이 첨단을 달리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세상은 변했건만 위기관리, 재난관리, 안전 불감증 등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으로 국민의 가슴이 무너지고 국격이 땅에 떨어지는 사건 사고들이 긴 세월이 지난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나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서도 국민의 가슴이 무너졌고, 국격은 땅에 떨어졌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사회로 가기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세월호 침몰에서 제기되었던 선박회사 등 기업의 안전 경시 풍조나 잘못된 민관유착, 안전을 경시하는 조직 구조 설계, 산하기관으로의 낙하산 인사 병폐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1990년대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에 지적되었던 기업의 안전 경시 풍조는 물론이고 민관 유착, 공무원의 부정과 부패 등의 문제점이 근원적으로 치유되어야 한다. 정부조직의 청렴과 투명성이야말로 안전 사회의 가장 중요한 핵심 기반임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안전을 책임지는 중앙부처와 지방정부의 기능과 역할, 책임과 권한의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안전과 위기관리 분야에서도 지방분권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하는 재난이나 사고를 중앙정부 혼자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말이다. 또한 첨단화, 복잡화, 초고층화된 사회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위기를 중앙정부가 모두 관리하겠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위기관리 활동과 시설, 장비를 지원하고 협력하며 연계하고 조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두 안전과 위기관리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일이 급선무다. 중앙정부의 안전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정부의 활동을 지원, 협력, 연계, 조정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참으로 지난한 일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방정부의 경우에도 안전 위기관리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사전 대비 체계 구축과 현장대응은 물론, 민간 시민사회 영역이나 기업 영역, 자원봉사 영역과 협력하고 조정하는 일조차도 어렵다. 따라서 현재 안전 위기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의 체계적인 전문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전문성을 확보한 인력 충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대형재난의 경우 현장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규모 재난 현장은 수많은 차량들과 장비, 사람들로 대단히 혼잡하고 복잡한 공간이다. 지방자치단체, 소방, 경찰, 군에서 나온 공무원들과 긴급구조, 장비 운송 등 많은 차량은 물론이고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달려온 수많은 신문사와 방송사의 기자들과 차량, 전국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 재난피해자와 유가족들, 그리고 구경을 나온 사람들로 가득차게 된다. 그러다보니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방송이나 신문, SNS 등을 타고 국민들에게 퍼져 나갈 수 있는 위험성이 높다. 피해자와 유가족을 보호하는 한편, 현장 통제선을 지킬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한편, 언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들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재은 교수

이제 새로운 국가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선택할 시간이 되었다. 모든 국민의 관심이 대선으로 향하는 와중에 자칫 또 다른 대형 참사로 인해 국민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이게 나라냐 라는 한탄이 나올까 걱정스럽다. 새로운 시대, 반듯한 국가를 만드는데 앞서서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정부의 위기관리 방향을 제시해본다.

중부매일 jb@jbnews.com

<저작권자 © 중부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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