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커플의 지구별 신혼여행 5편

만달레이힐 입구

후후커플은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동반퇴사하고

1년 간 세계여행을 떠난 조현찬(32)·연혜진(28) 부부다

▶ 미얀마 마지막 왕조의 수도, 만달레이(Mandalay)

산타무니파고다

우리가 미얀마로 여행을 가겠다고 하면,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미얀마? 거기 뭐가 유명한데?" 그만큼 우리에게 덜 알려지고 아직 낯선 나라다. 주변 지인들 중 미얀마를 다녀온 사람이 없어 들어본 이야기도 없을 뿐 더러,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달리 별로 인기도 없었다. 낯설기 때문에 신비롭고, 그래서 더 가고싶었다. 정보가 없다면, 우리가 직접 가서 보고 오자! 그렇게, 미얀마 마지막 왕조의 수도였던 만달레이에 도착했다.

만달레이에 도착하자마자 뿌연 모랫바람이 우리를 맞았다. 베트남이나 태국보다 인프라가 훨씬 안 된 나라였다. 비포장도로가 너무 많아 오토바이만 지나가도 허옇게 먼지가 일었다. 우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자전거를 타고 만달레이를 둘러보았다.

미얀마에서의 첫 식사는 '샨족 음식'을 먹었다. 미얀마 부족 중 하나인 샨족의 음식은 우리나라처럼 밥과 국, 고기나 야채 반찬을 곁들여 먹는 한상 음식이다. 너무 기대한 탓일까. 날아가는 고슬밥에다 건더기도 없는 허연 국은 우리의 입맛을 돋구긴 커녕 더욱 한국에 대한 향수병을 키웠다.

산타무니파고다

다음날 오후, 우리는 만달레이 힐에 올라 일몰을 보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외국인 물가가 높은 미얀마에서 택시비는 터무니 없이 비쌌다. 8km 떨어진 만달레이힐까지 10,000원을 부르는 택시기사를 뒤로하고, 다른 택시를 잡아 흥정하기 위해 아무 골목에 서 있었다. 얼마 되지않아, 한 오토바이가 서더니 만달레이힐까지 3000원에 데려다 준단다. 그냥 동네 사람이 자기 오토바이로 용돈벌이하는 것 같았다. 이건 뭐 택시 기본요금도 안나오는 가격이었다! 역시, 거리에서 흥정하길 잘했어! 생각지도 못한 행운처럼 다가온 아저씨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만달레이힐 정상

만달레이힐 입구에 도착하자 우리나라 해태상처럼 거대한 사자상 두 개 사이로 정상까지 이어진 계단이 보였다. 무려 1970여개란다. 미얀마 모든 사원에서는 맨발로 입장해야 하기 때문에, 양 손에 신발을 들고 숨을 씩씩 몰아쉬며 계단을 올랐다. 낑낑대는 우리가 귀여운지 미얀마 사람들이 응원하듯 우리에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수백개의 계단 중간중간 불상들이나 노점이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 걷다가 힘들면 잠깐 멈춰서 바깥 경치를 내다보며 다시 힘을 냈다. 1시간쯤 올랐을까, 정상에 오르니 만달레이가 한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에선 해가 지고 있었다. 파란 하늘을 가득 메운 구름들이 더 멋진 일몰을 보이는데 크게 한몫했다. 오늘도 생각했다. 여행하면서 이렇게 하늘을 자주 보고, 해가 뜨고 지는 걸 지켜보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평소엔 여유가 없다고,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것들이 여행와서는 참 쉽게 느껴진다. 해가 뜨고 지는 걸 지켜보는 그 시간은 참 고요하고 평화롭다. 일몰 시간이 다 되자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하지만 우리 모두 해가 지는 그 장관 앞에서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저물어 가는 걸 지켜보았다. 그때만큼은, 시간이 멈춘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만달레이힐에서 일몰을 보길 참 잘했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오빠와 함께 본 일몰은, 그렇게 뜨거웠다. 그 순간 오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쿠도도파고다

다음날, 우리는 택시로 만달레이 곳곳을 돌아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쿠도도파고다.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에서 가장 큰 책을 보관하고 있는 곳인데, 알고보니 하나의 파고다가 아닌 부처의 말씀이 적힌 석장경들을 품은 729개의 파고다들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수없이 줄지어 세워져 있는 파고다들에 압도됐다. 하얀 파고다 안에 왠 비석인가 했는데 작고 빼곡한 글씨로 적힌 석장경이었다. 과연 세계 최대의 불교국가다운 유적지였다.

파고다에 있던 미얀마 소녀들이 우리에게 다가와 양 볼에 나뭇잎 모양의 다나카를 발라주었다. 다나카는 미얀마 사람들의 천연 화장품이자 선크림 대용인데, 돌판에 물을 묻혀 나무를 갈면 나오는 끈적한 것을 얼굴에 바른다. 보통 얼굴 전체에 바르기보다는 양 볼에만 바르는 걸 선호하며, 실제 미얀마에서는 다나카를 바르지 않는 사람보다 다나카를 바른 사람을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미얀마에서 꼭 해보고 싶었는데, 직접 해보니 페이스 페인팅 한 기분이었다.

우베인 다리

마지막으로 만달레이 근교에 있는 우베인 다리에 갔다. 세상에서 가장 긴 목교로, 2km에 달하는 다리를 우리도 직접 건너보기로 했다. 일직선으로 나있지 않고 중간중간 휘어져있어 한눈에 다리 전체의 모습이 들어오지 않았다. 꽤 높고 긴 다리를 건너면서 조금은 엉성하고 부실해보여 겁이 났는데, 버텨왔던 지난 세월처럼 튼튼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빠와 손잡고 다리 건너편까지 천천히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좋았다. 산책하는 기분이랄까. 앞으로 이렇게 살아가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삶에 여유를 가지면서. 여행하면서 우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 미래를 그려가겠지. 역시, 함께 오길 참 잘했다. / 후후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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