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 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

[중부매일 윤여군 기자]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심한 좌절을 겪게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주 힘들고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자신의 일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이를 극복해 간다. 지극히 불우한 성장과정 속에서도 뮤지컬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자신만의 위대한 역사를 만들고 있는 40대가 있다. 뮤지컬 '목계나루 아가씨'를 연출한 김율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충주를 배경으로 제작된 뮤지컬 '목계나루 아가씨'가 다음달 17일부터 19일까지 3일 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공연을 갖는다.

'목계나루 아가씨'는 충주에서 활동하면서 뮤지컬을 통해 지역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김율(47) 감독(㈜코라컴 대표)이 연출한 작품이다.

충주를 기반으로 제작된 뮤지컬이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목계나루 아가씨'는 지난 2015년 김율 감독이 악극으로 제작했으며 충청북도 시·군 특화 공연으로 선정돼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이 뮤지컬은 남한강 물길의 시작점이자 내륙교역의 중심지였던 충주시 엄정면 목계나루를 배경으로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을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는 작품으로 지난해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과 한국전쟁, 남북이산가족 상봉 등을 시대적 배경으로 펼쳐지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주인공 '달래'와 '정욱'의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눈물겨운 이야기들을 다룬 작품으로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처녀 뱃사공 '달래'와 독립군 '정욱'의 애절하고 변치않는 사랑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특히 '목계나루 아가씨'는 당시에 유행하던 기존의 음악들을 편곡, 뮤지컬에 적절하게 배치해 관객들에게 예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깊은 감동을 전해주는 '쥬크박스뮤지컬'로 제작했다.

남자주인공인 '정욱' 역은 뮤지컬 '셜록홈즈'와 '명성황후'의 주연배우로 활약했고 가창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기가수 태이가 맡았다.

'정욱'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 정의롭고 책임감 강한 인물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분단의 역사 속에서 달래를 만날 날을 그린다.

여주인공인 '달래' 역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아이리스'에서 명연기를 펼쳤던 배우 현주니가 맡았다.

'달래'는 정욱과의 사랑과 약속을 소중히 지키는 눈처럼 하얗고 뚝심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모진 세월을 견뎌내며 목계나루에서 정욱을 기다린다.

'정욱'과 '달래'의 영원한 사랑의 약속이 이뤄질 수 있을 지를 지켜보는 것이 이 뮤지컬의 관람 포인트다.

스토리가 너무도 애절하다보니 뮤지컬을 연습하는 주연배우들이 너무 눈물을 흘려 리허설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뮤지컬의 대미를 장식하면서 출연배우들을 다시 무대로 불러내는 커튼콜은 들국화의 '행진'으로 정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모티브로 어렵고 힘들더라도 묵묵히 희망을 갖고 나가자는 연출자의 깊은 뜻이 담겼다.

이 뮤지컬 속에서는 6·25 전쟁 당시 충주 동락전투에서 아군의 첫 승리를 이끌도록 한 동락초등학교 김재옥 여교사도 실명으로 등장한다.

3월 17일부터 19일까지 총 5회에 걸쳐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의 입장권은 VIP 12만 원, R석 10만 원, S석 8만 원, A석 5만 원이다.

주최 측은 충북도민들에게 50%를 할인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충주시민들에게는 왕복 버스편까지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뮤지컬 '목계나루 아가씨'는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올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추진하는 '2017년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 공모에 우수공연 프로그램으로 선정돼 국비지원을 받게됐다.

이번 우수공연 프로그램 선정으로 올해 전국의 지역문예회관에서 '목계나루 아가씨' 작품을 초청해 공연하면 1회 공연당 경비의 70~90%를 국비(한국문화예술연합회 초청경비)로 지원받게 된다.

이번 국비지원을 계기로 '목계나루 아가씨'는 전국에 충주와 충북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은 물론, 지역관광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율 감독

'목계나루 아가씨'가 악극에서 시작해 대형뮤지컬로 탄생하기까지는 연출을 맡은 김율 감독의 남다른 노력이 뒷받침됐다.

그는 오로지 뮤지컬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배고픈 뮤지컬감독의 길을 고집해 오고 있다.

이번 국립극장 해오름 공연도 단 한푼의 지자체 후원 없이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다.

김율 감독은 남들에게 쉽사리 밝히기 힘든 불우한 성장과정을 가슴 속에 지니고 있다.

그의 할아버지는 6·25전쟁 이전에 이북에서 부유하게 살던 지주계급이었지만 공산당으로부터 숙청대상이 되자 남한으로 내려왔다.

남한으로 내려온 부모님이 김 감독을 낳자 마자 세상을 떠나고 고아가 된 김 감독은 수원에 있는 '용주사'라는 절로 보내져 성장하게 된다.

어릴적부터 남달리 명석했던 그는 열심히 공부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서울대학교 국문학과에 입학했으나 학생 노동문화운동을 주도하다 1학년 때 제적당했다.

이후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광고대행사에 근무하다가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됐다.

그는 뮤지컬계에 몸을 담으면서 스토리텔링에 남다른 능력을 보여 '남자는 여자에게 갔다'와 '애브리원 새즈 아이러브 유' 등의 뮤지컬을 연출하고 김영임의 효' 공연의 대본을 쓰는 등 크게 주목받았다.

김 감독은 우연히 택견 이수자인 친구와의 인연으로 2002년에 '택견 인간문화재 발표회'를 연출하고 2010년 택견을 주제로 한 '소리로 듣는 무예'라는 국악콘서트를 선보이며 충주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충주에서 '목계나루 아가씨' 외에 뮤지컬 '다인철소'와 '아리공주와 꼬꼬왕자', '주먹대장 임경업'의 극본을 쓰고 직접 연출하는 등 충주지역 문화콘텐츠 발굴에 참여했다.

뮤지컬 '다인철소'는 '목계나루 아가씨' 이후 김 감독이 가장 큰 공을 들인 역사시대극으로 충주시 대소원면으로 추정되는 고려시대 다인철소를 배경으로 몽고 5차 침입 때 천민들이 주인공이 돼 대몽항쟁의 감투정신(敢鬪精神)을 나타낸 대형뮤지컬이다.

김 감독은 지난 2012년과 2015년 충주세계무술축제 총연출을 맡았고 택견공연 '천무'의 예술감독을 맡은데 이어 올해 충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 문화행사의 전략기획단으로 충주를 널리 알리며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2013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의 공식 주제가와 로고송을 제작하고 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의 로잉댄스, 주제가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등 각종 행사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이미 실력을 인정받았다.

김율 감독은 "택견과 첫 인연을 맺은 후 충주에서 활동하면서 이제 충주는 제 2의 고향이 됐다"며 "어렵고 힘든 과정이지만 중원문화의 중심인 충주의 문화와 역사를 바탕으로 악극과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지역문화 발전과 충주를 알리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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