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미영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구절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범사에 감사하기는커녕 별일 아닌 문제에도 쉽게 불만을 표시하며 생활하고 있다. '아, 짜증나게 왜 이렇게 길이 막히는 거야?',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어떻게 살라는 거야' 등 매일 아침 출근길이나, 낮에 업무를 보면서, 심지어 월급을 받고서도 계속 불만을 입 밖으로 내 뱉기 바쁘다.

필자 역시 나이가 들어갈수록 감사보다는 불평을 많이 하고 있다. 아내의 따뜻한 내조를 기대하는 남편,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 며느리 또는 딸에게 점점 심리적으로 의지하고 싶은 연로하신 부모님, 때로는 감당하기 버거운 업무를 지시하는 직장 상사,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후배 등. 필자는 어느 날부터 일상생활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고,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 '앞이 캄캄하고 끝이 안 보이는 터널에 갇혀있는 것 같다'며 매일 불평을 쏟아냈다.

불평에 불평이 더해져서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던 어느 날, 퇴근 후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다시피 집에 도착해 따뜻한 방에서 편안히 잠들어 있는 아들을 보면서 뜬금없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일 덕분에 작지만 따뜻한 집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고, 가끔은 의뢰인으로부터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며 변호사로서 보람도 느낄 수 있고, 아내이면서 며느리이고 딸인 덕분에 유독 외로움을 타던 성품임에도 최근 들어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었다는 것이 갑자기 생각나면서 '모든 것이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다마고 보로라는 과자로 유명한 일본 다케다 제과의 경영주인 다케다 회장은 인터뷰에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일정 수 이상 반복하는 직원에게 특별보너스를 주었더니 직원들이 행복해졌고,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이 담긴 과자의 매출이 폭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백화점의 왕이라고 불리는 페니가 처음 입사한 후 엘리베이터 안내 업무를 맡게 되었지만, '이 곳에서 일하면 고객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한 결과 최고경영자가 된 사실은 감사에 관한 강연에서 흔히 등장하는 에피소드이다.

이미영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최근 '감사의 중요성'에 관한 책, 강연, 인터뷰 등이 쏟아지고 있다. 불평을 반복하는 삶을 극복하고자 읽었던 책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감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강연 덕분이었을까? 퇴근 후 잠든 아들의 이마에 손을 얹고 '그저 감사합니다'라고 한 번 생각했더니 신기하게도 아침까지도 불평할 일만 넘치던 내 삶이 이만하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필자가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눈이 하얗게 쌓여있었다. 평소라면 눈 때문에 투덜거렸을텐데, 그 날은 '눈이 쌓일 정도로 추운 날씨에 걸어가지 않아서 다행이고, 제설차로 미리 도로를 치워둬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삶은 한 순간에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다만, 생각은 마음먹기에 따라 바꿀 수 있고, 생각을 바꾸면 점차 삶도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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