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 박시룡 교수 정년퇴임 고별강연

국내 황새복원 연구의 권위자인 박시룡 한국교원대 교수가 18일 학내 교육박물관에서 '퇴임기념 특별강연'을 열고 30년 황새연구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박 교수는 "황새복원은 100년이 걸리는 일이다. 나는 아직 30년밖에 하지 못했다."며 퇴임 후에도 복원사업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 신동빈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황새 아버지'로 불리는 박시룡(66) 한국교원대학교 생물학과 교수가 18일 교원대 교육박물관에서 정년퇴임 고별강연을 가졌다.

이 대학 황새 생태연구원장이기도 한 박 교수는 마지막 강연 주제를 '황새를 부탁해'로 정하고 한평생 황새와 동고동락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담하게 풀어냈다.

박 교수는 황새와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을 시작으로 20년 황새복원과정을 설명하면서 감격적이었던 순간순간을 회고했다.

박 교수는 "자연에서 사라졌던 황새가 자연에서 다시 새끼를 낳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기적과도 같이 일어났다"며 "이날이 황새 복원사업 중 가장 감동스러웠던 순간"이라고 소개했다.

국내 황새복원 연구의 권위자인 박시룡 한국교원대 교수가 18일 학내 교육박물관에서 '퇴임기념 특별강연'을 열고 30년 황새연구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박 교수는 "황새복원은 100년이 걸리는 일이다. 나는 아직 30년밖에 하지 못했다."며 퇴임 후에도 복원사업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 신동빈

그는 2015년 9월, 방사한 암컷 황새가 새끼 2마리를 45년 만에 자연 부화한 날을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간직했다.

힘들었던 순간은 어렵게 자연으로 돌려보낸 암컷 황새가 전신주에 내려앉았다가 감전사한 순간으로 황새를 방사하더라도 안전하고 온전하게 자연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복구해주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충북권(제2권역) 황새 야생 복귀의 실현'을 위해서 과거 황새가 많이 살았던 청주 미호천을 중심으로 복원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원대는 이를 위해 청주시로부터 학술 용역을 받아 한반도 황새 야생 복귀 제2권역 조성 계획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 연구 용역은 오는 6월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박 교수는 "한 개체의 죽음이 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멸종위기종의 개체를 복원하고 보전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시대적 책무"라고 강조하면서 고별강연을 마무리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996년 7월 러시아에서 새끼 황새 암수 한 쌍을 들여와 시작된 황새복원사업은 자연방사와 부화에 성공, 현재 167마리가 있다. 이 중 13마리는 야생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고별 강연에 참석한 류희찬 교원대 총장은 "평생 황새를 야생으로 되돌려보내는데 열정을 쏟아온 박 교수의 노고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미호천을 중심으로 황새가 서식하는 공간이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에 '황새 염려 마라'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화답했다.

도종환 국회의원은 축하영상을 통해 "학교를 떠나도 황새복원사업에 계속 힘써 달라"며 "황새 마지막 생존지사 충북이었던 만큼 우리지역에서 복원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회차원에서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30여 년간 황새복원 연구에 몰두했던 박시룡 교원대 교수가 18일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의 춤 길'에 설치된 '박시룡 교수 퇴임기념 타임캡슐' 앞에서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 타임캡슐은 한반도 황새 멸종 이후 복원사업이 처음 진행된 1996년 7월 17일(러시아로부터 황새 1쌍을 분양받아 한국으로 들어온 날)부터 100년 후인 2097년 7월 17일 개봉하게 된다. / 신동빈

박 교수는 강연을 마친 뒤 청람 황새공원에 타임캡슐도 묻었다.

이 타임캡슐에는 그가 황새 복원을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정성스럽게 그려온 수채화 100점이 담겨있다.

타임캡슐은 1996년 7월 17일 황새를 러시아로부터 들여온 날을 기념해 100년 뒤인 2096년 7월 17일 개봉된다.

그는 은퇴 후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교단을 떠난 뒤에도 황새가 자연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평범한 시민으로서 활동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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