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재구성] 그날의 기억-청주고 야구부 폭행사건

자료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2016년 9월 22일

밥 늦게 먹었다는 이유로

벌 받고 맞아 억울 ….

23일 오전 3시께 콜밴 부른

5명 숙소 빠져나와

용암광장 인근 PC방서 게임

가경동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오전 6시15분 버스로 대전行

도착하자마자 모텔 투숙

오후 늦게까지 자고 시내로

PC방, 오락실, 당구장 전전

24일 토요일 각자 집으로

25일 일요일 4명 기숙사로 복귀

1명은 병원에 입원

폭행 다음날 오전 5시30분께 PC방에서 나온 아이들이 휴대폰을 약국 벽에 기대놓고 타이머를 이용해서 사진을 찍었다. 한 명의 아이는 목이 아파 약을 사러 갔기 때문에 사진 속에 없다.



2016년 9월 22일 목요일. 이날은 청주고등학교 야구부 폭행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당시 A감독은 제자 폭행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기사는 사건 다음날 찍은 한 장의 사진을 입수하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폭행사건에 연루된 야구선수 5명의 행적을 확인하기 위해 시작됐다. 학교 측에 취재 내용을 설명하고 학교의 협조를 얻어 폭행사건에 연루된 5명의 학부모에게 연락처를 남겼다. 1명의 학부모와 2명의 학생과 전화통화가 이루어졌다.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온 한 학부모는 자신의 아들과 통화를 원치 않았고, 당시 상황을 아들에게서 들어 잘 알기 때문에 그 때의 상황을 직접 전했다. 그러나 이 학부모는 장시간 이야기하다 돌연 본인의 이야기가 기사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그 부분은 제외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이 기사는 2명의 학생이 밝힌 내용을 바탕으로 사건당일 밤부터 숙소를 무단이탈한 학생들이 다시 숙소로 돌아오기까지의 행적을 따라가봤다.

23일 청주가경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전 6시15분 차를 타고 대전으로 이동한 아이들은 복합버스터미널 부근 00모델에 투숙해 하루를 보냈다. 사진은 24일 오전 10시 24분 모텔에서 찍었다.


2016년 9월 22일 오후 8시께 청주고 야구부 학생들은 기숙사로 사용 중인 단재연수원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이날 메뉴는 삼겹살 이었다. 그 중 몇몇 학생은 신입생들에게 고기를 구워주느라 늦게까지 먹게 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날 늦게까지 밥을 먹은 학생은 5명이 아니라 6명 이었다. 1명은 운동장 집합에서 제외됐다. 이유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A감독은 그 아이를 왜 열외시키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A감독은 "지금까지 뭐했느냐"며 삼겹살을 먹고 있던 학생들을 야단치고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운동장으로 집합을 시켰다.

A감독에게 불려나간 5명은 바닥에 머리를 박고, 선착순으로 운동장돌기 벌을 받고, 맞았다. 진술에 나선 2명 중 1명은 부러진 야구방망이 손잡이 부분으로 머리를 한 대 맞았고, 다른 1명은 한대도 맞지 맞았다고 말했다.

선착순 순서대로 맞았기 때문에 누가 어디를, 어떻게, 얼마를 맞았는지 서로 모른다고 진술했다.

이날은 공식적인 야간훈련이 없었기 때문에 5명은 숙소로 들어갔다가 사건 다음날인 23일 오전 3시께 콜벤을 불러 타고 숙소를 무단이탈했다. 한 학생은 신입생들에게 고기를 구워주느라 늦게 먹었다는 이유를 말할 분위기가 아니어서 벌을 받았지만 억울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반항심에 숙소를 몰래 빠져나왔다. 이 학교 야구부의 규정은 기숙사에 입소하면 휴대폰을 반납했다가 주말에 퇴소할 때 받는데 이 날 1명은 휴대폰을, 1명이 공기계를 소지하고 있었다.

청주 용암동으로 이동한 학생들은 용암광장 옆 모 아파트 인근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오전 5시30분께 나왔다.

1번 사진은 PC방에서 나와 한 학생이 약을 사러간 사이 약국 벽에 휴대폰을 기대놓고 타이머로 찍은 것이다. 그 학생은 전날부터 목이 많이 아팠고 감기약을 처방받았다. 사진을 촬영한 학생은 지난해 10월 12일 친구 4명에게 보내줬고, 1명이 11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됐다. 이 사진은 검찰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5명의 아이들은 택시를 타고 청주 가경동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오전 6시 15분 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갔다. 대전에 도착하자마자 복합터미널 부근 00모텔에 투숙해 오후 늦게까지 잠을 잤다. 전날 밤에 잠을 못잤기 때문에 피곤해서 아침부터 잠을 잤다. 그날 저녁 모텔방 열쇠를 가지고 나온 아이들은 PC방, 노래방, 당구장에서 놀았고, 대전시내 구경을 한 후에 모텔로 돌아와서 하루를 묵었다. 2, 3번 사진은 투숙한 모텔에서 9월 24일 오전 10시 24분에 찍었다.

5명은 숙소를 나와 각자의 집으로 갔고 주말을 보내고, 4명은 9월 25일 기숙사로 복귀했다. 1명은 돌아오지 않고 병원에 입원했다. / 김금란



[청주고 야구부 폭행사건 개요]

▶2016년 9월 22일 A감독 제자 5명 폭행

▶2016년 9월 25일 피해 학부모 경찰에 신고

▶2016년 9월 28일 청주시교육지원청 A감독 해임

▶2016년 11월 8일 충북도체육회 A감독 자격정지 2년 징계

▶2016년 11월 28일 경찰 폭력혐의로 A감독 기소 의견 검찰 송치

▶2016년 11월 29일 '코치 자격정지' 징계 부당 행정소송 제기

▶2016년 12월 7일 야구부 학부모 5명, 학부모회 총무 청주지검에 고소

▶피해학생 학부모 A전 감독, 류철우 청주고 교장, 김병우 교육감 을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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