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지난 11월29일 박근혜 대통령의 세 번째 담화는 국민들을 다시 한 번 분노케 했다. 다섯 번에 걸친 대규모 촛불시위로 세 번째 담화를 하긴 했지만, 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뜻을 무시하고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사죄한다면서도 자신이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변명하며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보여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대통령의 국정농단이 불법을 넘어 비법으로 전화한 것이 검찰조사에서 만천하에 드러나 국민들이 즉각 하야를 외치는 마당에, 잘못을 부인하고 모호한 담화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것은, 국회의 탄핵의결이 거의 확실시 된 상황에서 시간을 벌려고 하는 꼼수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참으로 비루해 보인다.

 국민의 뜻에 따라 퇴진을 결심했으면 바로 퇴진하면 된다. 그런데 왜 국회를 걸고넘어지는가. 한 술 더 떠 여야가 임기단축을 비롯해서 합의하면 퇴진하겠단다.

 임기단축은 헌법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인데, 대통령을 미리 내보내기 위한 헌법 개정이라면 전 세계에 또 다른 웃음거리 밖에 더 되겠는가. 그 과정의 어려움은 또 어떤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에 재적 2/3의 찬성으로 의결한 뒤, 국민투표에 부쳐 과반수 투표에 투표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개헌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뒤 공고기간 20일, 그 뒤 60일 이내 의결에 다시 30일 이내 국민투표를 거치려면 최소 4개월 가까이 걸린다. 차제에 권력구조를 비롯한 여러 조항을 손보아야 할 것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개헌안 합의에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른다. 한 나라의 근본법인 헌법 개정은 그 자체가 지난한 작업이다. 대통령은 그것을 노려 이미 국민으로부터 해임당한 것을 연장해 보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법절차에 따라' 퇴진하겠다고 하는데, 현행법상 탄핵 이외에 다른 법절차가 없으니, 박대통령은 국회가 탄핵의결만 하면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자진사퇴하겠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가능하다. 현행 헌법이나 법률상 대통령의 자진사퇴를 말리는 규정이 없고, 국민들도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법에 정한 절차는 탄핵과 개헌 밖에 없다. 결국 탄핵을 모면하고 개헌을 통해 임기를 단축해서 여야가 합의해 오면 나가주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뿐이다.

 여당은 내년 4월 퇴진 6월 대통령선거 일정을 마련해 야당과 협상하는 것을 당론으로 정했다고 하나, 야당이 받아줄 지 의문이다. 야당은 대통령의 담화를 탄핵의결을 막기 위한 꼼수로 보고 협상자체를 반대하고, 탄핵으로 직행해 늦어도 9일에는 의결하겠다고 한다. 국민들은 거듭되는 대통령의 말바꾸기와 잘못이 없다는 주장에 더욱 분노를 느끼고 즉각 하야를 외치는데, 본인은 '국정안정' 운운하며 자리를 지키며 국정의 공백상태를 야기 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다.

 문제는 대통령 본인만이 아니다. 이런 안이한 현실인식과 대응방안을 제시하는 청와대 참모진을 비롯한 대통령 주위 사람들이 더 큰 문제다.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엄중'하게 인식한다고 말만 할 뿐, 여기까지 국정을 농단하고 파탄시켜 온 것에 대한 반성 없이 국민의 가슴에 못질 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이는 자신들의 안위 때문이겠지만, 국민의 수임자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촛불이 횃불이 되고 초등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들고 일어서는 마당에, 조금이라도 살아남겠다고 꼼수를 부려서는 더 큰 화를 불러올 것이다. 이미 대통령의 3차 담화에 절망감을 느낀 이들이 동맹파업, 동맹휴학, 야간집회 등으로 시민불복종운동을 시작했다.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 국무총리를 비롯한 모든 각료들이 확실히 사퇴의사를 밝혀야 한다. 4% 지지율, 그치지 않는 시위를 통해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맡겼던 권력을 돌려달라고 하고 있다. 내려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확실히 퇴진의사와 일정을 밝히라. 그것이 박 대통령이 살아남고 역사 앞에 더 이상 죄 짓지 않는 일이다. 2016년 12월, 대통령의 책임 있는 퇴진으로 대한민국 역사가 바로 서는 달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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