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계획 수립한다면서 방역 구멍 자초

지난달 20일 청주 북이면 통성리의 한 오리농가에서 AI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오리 8천500마리에 대한 살처분 작업이 진행됐다. /중부매일DB

[중부매일 최동일기자] 충북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괴산군이 업무수행을 이유로 스스로 방역에 구멍을 내고 있다.

군은 매년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사업이라며 오는 16일까지 지역내 가축통계 조사를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주요가축인 한·육우, 젖소, 돼지 등을 비롯해 AI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오리와 닭 등 가금류도 포함돼 있으며 담당 공무원이 사육농가를 직접 방문해 확인·조사하기로 했다.

가축통계 조사 결과는 축산물 가격안정 등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가 되며 구제역, AI 등 가축방역계획 수립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문조사는 최근 음성·진천을 중심으로 도내에서 AI가 급속하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방역의 허점을 스스로 만드는 셈이어서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17일 음성군 맹동면에서 도내 첫 AI가 발생한 이후 지난 30일까지 보름여만에 오리·닭 등 가금류 94만5천여마리가 살처분되는 등 피해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 30일 괴산군 소수면의 한 종오리 사육농장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6천500여마리를 예방적으로 살처분하는 등 괴산지역의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또한 반경 3㎞ 이내에 산란계 단지 1곳(2만마리)이, 반경 10㎞ 안에는 종오리 사육농가 2곳(1만5천500마리)이 있어 최근의 확산추이로 봤을 때 추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따라 AI차단에 전력을 기울여야할 괴산군에서 거꾸로 발생을 확산시킬 수 있는 행정조치로 방역활동에 엇박자를 밟은 것이다.

더구나 통계조사 착수 전날 AI 유입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예찰 강화외에는 별다른 후속조치를 취하지 못한채 방역망에 허점만 보였다.

매년 12월1일자로 시·군별로 진행되는 가축통계조사는 방문확인이 원칙이지만 방문조사가 어려울 경우 전화로 조사할 수 있지만 괴산군은 사전에 이를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AI방역과 가축통계 조사 업무 모두 축사담당 부서 한 곳에서 이뤄지는 만큼 방역에 모든 역량을 기울여야 할 상황에서 행정력의 누수와 군의 기강 해이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인근 음성군 등은 가금류 사육농장에 대해서는 전화로, 나머지 가축농장은 방문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대해 군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이뤄지던 일이고 결정시점이 AI 발생 이전 이었다"며 "가금류 농장에 대해서는 전화로 조사하는 방안을 지금이라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동일 / 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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