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 '봉건시대 발언' 곤혹 정우택 "믿고 지켜야 할…" SNS로 적극 엄호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 / 사진 뉴시스

[중부매일 한인섭 기자] 이른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초래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 국면에서 충북의 간판급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회 정우택 의원의 행보와 처신이 관심을 끌고 있다. 박 대통령을 매개로 한 이들의 미묘한 정치적 인연도 새삼 거론되고 있다. 이 실장과 정 의원은 차례로 민선 2·3기에 이어 민선 4기 충북지사를 차례로 지낸 인연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신한국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맡았던 이 실장은 3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정 의원은 사실상 '공천 낙점'을 받아 유리한 상황에서 경선을 치렀다. 이 실장은 이번 사태로 26일 국회에 출석해 야당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는 등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26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순실씨의 연설문 작성 관여 의혹에 대한 '봉건시대 발언'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 실장은 국감에서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고치는 등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으나, 사실을 뒷받침하는 JTBC의 파일 열람 보도로 곤경에 처했다.

이 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집중적인 질문 공세를 받았다.

이 실장은 이날 "대통령 비서실 업무체계나 매커니즘 자체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국감 때는 지금 이야기되는 일이 성립될 수 없다는 확실한 생각에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실장은 또 더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비서실장과 청와대 비서실 전원이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의하자 "고심 중"이라고 답변했다. 이 실장은 이어 "문고리 3인방에 대해서 대통령 직언을 통해 해임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좋은 충고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하는 등 회의 내내 진땀을 흘렸다. 이 실장은 총리 인사 때마다 거론됐던 충북을 대표하는 인물 이었다. 그러나 '임기말 중용' 이라는 우려 속에 맡게 된 대통령 비서실장직 때문에 난처한 국면을 맞게 됐다.

현재 정우택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330개의 댓글이 달려있다. / 사진 정우택 페이스북 캡쳐

정 의원은 이날 '탄핵' 주장까지 나오는 등 극심한 정치적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을 SNS를 통해 적극 '엄호'하고 나섰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비서진 쇄신은 필요하나, 정치적 이해득실로 폄하해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외로움과 고독함으로 힘겨워 하실 대통령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 믿고 지켜야할 순수한 대통령"이라는 글을 올렸다. 정 의원이 이같은 글을 올리자 '좋아요' 클릭과 반박 글이 200여개가 각각 게시되는 등 네티즌즌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정 의원은 또 "대통령께 당을 떠나라고 하는 것은 정말 옳지 않다. 저는 단호히 반대한다"며 정치권의 탈당요구를 반박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또 다른 글을 통해 문재인 전 더민주당 대표도 비난했다.

정 의원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 진영논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고 있지 못하냐"며 "국민적 바람을 어찌 '유신헌법' 운운하며 과거의 잣대로 재단하고, 매도하는 것인지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처신은 자민련 소속이었던 정 의원을 박 대통령이 '영입 1호'로 낙점해 2005년 9월 21일 신한국당 입당과 충북지사 당선의 길을 터 준 인연을 고려한 '의리'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미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여서 '대통령 엄호'를 통해 정치적 보폭을 넓혀 보겠다는 계산이 깔린 의도라는 시각도 제기될만 하다.

정 의원은 신한국당 입당 직후였던 2005년 10월 무렵 "박 대표와 손을 꼭 잡고 당 대표실에서 의원총회 장소까지 이동해 입당 인사를 했다"며 '박심(朴心)'이 자신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실장은 2006년 1월 3일 '남기고 떠난다'는 취지의 '유재(留齋)'라는 화두를 제시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 한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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