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선배 충북도의원(청주 3)

장선배 충북도의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기문란과 국정농단 실체가 JTBC를 통해 한 꺼풀씩 벗겨지면서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25일 대통령이 나서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되기 전에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녹화된 1분 30여초짜리 사과는 형식 뿐 만 아니라 기자들의 질의응답도 없었고 앞뒤도 맞지 않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대통령은 과거의 인연으로 주로 연설문과 홍보물을 도와준 것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최순실 자료에는 대통령 연설문 이외에도 업무보고와 인사파일, 극비 외교문서 등 국정 전반에 걸친 개입 정황이 담겼다. 또한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청와대 보좌체계 완비 전까지라고 했으나 발견된 자료 중에는 취임 1년도 넘은 2014년 3월 28일 발표된 '드레스덴 연설문'도 있다는 보도다.

국정감사에서 이원종 비서실장이 부정했던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게 나라냐', '도대체 누가 대통령이냐'는 한탄이 국민들 입에서 신음처럼 쏟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이 전부가 아닐진대, 앞으로 자고 나면 또 어떤 국기문란과 국정농단이 드러날지 차마 두렵다. 25일 이후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최순실 국기문란과 관련해 탄핵(彈劾)과 하야(下野)가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제기됐던 특검 도입, 내각 총사퇴 후 거국내각 구성 등에서 이제는 대통령 탄핵과 하야 요구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그간 우리사회는 양극화 심화와 서민경제 악화, 민주주의 후퇴, 개성공단 폐쇄로 상징되는 남북관계 파탄, 국민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위안부 협상 등 많은 문제가 있었다. 또 권력의 비선실세로 '문고리 3인방', '우병우 민정수석'도 있었다. 여기에 최순실이 대미를 장식하는 형국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총체적인 문제와 정권의 문제를 관통했던 뼈아픈 사건을 제대로 반성했더라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 같다.

대통령 취임 후 1년이 조금 지나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그러나 사고 대처는 물론 사고 유발 원인과 책임소재 규명, 재발방지 대책 등 일련의 과정에서 정권의 자기반성은 크게 미흡했다. 오히려 정권과 집권세력은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방해하면서 어떻게든 덮으려고만 하지 않았는가. 이때만이라도 제대로 정신을 차렸다면 국민들에게 오늘의 국가적인 참담함을 안겨주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대통령이 사과방송을 하던 25일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고(故) 백남기 농민 부검 2차 영장집행 마지막 날이었다. 고(故) 백남기 농민은 지난해 11월 쌀값 폭락 등에 항의하며 시위하던 중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317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숨졌다. 사인과 부검 여부를 둘러싸고 경찰과 시민들이 맞섰고 결국 이날 영장집행은 무산됐다. 백남기 농민 사건에는 세월호때 보다도 더 공고화된 권력의 오만함이 배여 있다. 국가의 공권력 행사는 절제돼야 마땅하고 문제가 있으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의 권력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면 정권의 존재가치는 사라진다. 생태학적으로 보면 권력도 모아지면서 성장하고 흩어지면서 몰락한다. 지금이 어느 단계인지, 먼저 냉철하게 따져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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