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방 시스템 이대로 가면 위기 닻 오른 지방분권형 개헌]5. 20대 국회 역할 중요

왼쪽부터 정세균, 이시종, 김관용, 박원순 / 사진 중부매일 DB

20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정세균 국회의장이 핵심 의제로 제시한 '분권형 개헌'이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안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박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제안한 '대통령 중임제' 등을 주요내용으로 한 개헌은 국회와 학계, 시민단체, 지방자치단체들이 꾸준히 제기한 '분권형 개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는 '물꼬'를 트는 역할은 했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이 나오자 국회와 시민단체들은 청와대와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 국회와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시에 중앙과 지방과의 권력구조 개편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개헌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 대통령과 국무총리 간 중앙 권력구조 개편에 치중해서는 곤란한만큼 국회가 개헌특위를 구성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 20대 국회에서 가닥이 잡힐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를 비롯한 박원순 서울시장, 김관용 경북지사 등 광역 단체장들도 '지방 분권형 개헌' 필요성을 이미 수차례 밝힌 바 있어 개헌을 위한 국회 차원의 논의가 진행될 경우 '지방' 입장을 관철하는 것이 핵심과제가 됐다. 취재팀은 이에 따라 서면질의 등을 통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박관용 경북지사의 입장을 취재했다.

정세균 국회의장

◆ 정세균 국회의장= 정세균 국회의장은 "철지난 옷이 되어버린 현행 헌법을 그대로 두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며 "20대 국회의 화두로 개헌문제를 제기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특히 "대한민국은 형식적으로 지방자치를 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중앙에 아직도 권력과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며 "이에 대한 해답은 지방분권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87년 개헌 당시 대표적인 성과였던 대통령 5년 단임제만 하더라도 과도한 권력집중, 정책 실종과 같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민주화의 산물로 탄생한 현행헌법이 내년이면 30년을 맞게 되지만, 변화하는 시대정신과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의장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독점과 '3권 분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려면 개헌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정치가 대화와 타협이 아닌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력을 독점하기 위한 정치권의 무한경쟁이 원인"이라고 규정하고 "우리 역사에 성공한 대통령을 찾기 어려운 것도, 3권 분립의 헌법정신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과도한 권력집중은 비단 중앙정치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과 지방 사이의 권력 불균등을 역시 국가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려면 제도와 정책 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주민의 자율, 참여, 책임을 핵심으로 하는 지방자치를 통해 마련되고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중앙과 지방의 격차·불균형 심화가 지속되면서 정체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려면 '지방분권'이 해결책이라는 점도 역설했다.

그는 "불필요하게 집중된 권한을 과감히 지방으로 이양해 지방정부와 의회가 주민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고, 지역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를위해 "지방분권형 개헌이 이뤄져야 하고, 단순한 제도개선에 그칠 게 아니라 분권과 협치의 새로운 국가시스템속에서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끝으로 "대통령과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 지방분권형 국가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모든 정치적 역량을 쏟겠다"고 강조하고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이 올바르게 실현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민주주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시종 충북지사

◆ 이시종 충북지사= 민선 지방자치 출범 직전 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장을 지낸 데다 기초·광역 단체장, 국회의원,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을 역임한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방분권개헌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또 국회·행정부, 행정부 내의 권한분산에 집중된 개헌 논의를 중앙-지방간 권한배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지방자치가 시행된지 20년이 지났으나, 오히려 新중앙집권화가 이뤄져 지방재정 부담을 유발하는 정책결정조차 지방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통보하는 방식이어서 지방은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며 "이런 식의 연평균 예산 증가율이 전체예산으로 보면 5.9%, 사회복지분야 예산은 10.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전문 여론조사기관과 한 언론사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방분권 확대에 대해 국민 60.1%가 공감하고 있다는 결과도 있다"고 소개한 이 지사는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권한분산(중앙·지방)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헌법 전문 및 총강에 지방분권을 통한 국가운영체계 천명 ▶3대 지방자치권 보장(행정·재정·입법권) ▶지방자치단체 종류, 국정감사, 권리구제 등 규정 ▶양원제(지역대표형 상원) 도입 등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관용 경북지사

◆ 김관용 경북지사= 대표적인 분권형 개헌론자로 꼽히는 김관용 경북지사 역시 '지방분권형 개헌'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지난 95년 민선자치 이전에 만들어진 87년 헌법에는 지방자치에 관한 조항이 고작 2개에 불과하다"며 "그러다보니 헌법이 아닌 법률이 위임해 준 반쪽짜리 자치를 20년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번 기회에 지방분권 이념을 헌법에 명시하고, 자치단체의 종류도 외국처럼 명문화하는 것은 물론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도 헌법으로 명확히 보장해야 한다"며 "200명에 육박하는 국회의원들이 개헌을 지지하고, 대통령까지 나선 지금이야말로 개헌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또 "개헌의 동력을 모으는 데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

◆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 중 한명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방분권형 개헌에 힘을 실었다.

박 시장은 지난달 30일 충북도청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지방분권형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지방과 서울, 농촌과 도시는 늘 하나이고 유기체적 관계를 가지고 있는만큼 분권과 자치, 균형발전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서울과 지방이 경쟁할 것이 아니라 상생과 협력을 통해 지방도시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소재 중앙정부기관의 지방이전,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한 사람"이라고 강조하고 "지방도시가 죽는 데 서울만 혼자 잘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래서 유기체적 관계를 갖고 특화된 정체성과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한인섭·김정하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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