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3년 교황 서한 필사본 '바티칸 수장고'서 발견

바티칸 교황 서한문.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직지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금속활자의 비밀들'(우광훈 감독) 제작팀이 29일 '바티칸 수장고에서 서기 1333년 로마 교황이 고려 제27대 충숙왕에게 보낸 서한의 필사본을 발견했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서한문은 1333년은 현존 최고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가 발행되기 44년 전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으며, 1377년 직지가 인쇄되기 전에 이미 고려와 유럽간의 교류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처럼 로마와 한국간의 교류가 지속됐다면 고려의 금속활자가 구텐베르크 금속활자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갖는다.

 우광훈 감독과 전화인터뷰를 통해 바티칸 서한문 발견 이야기 등 내년 초 개봉을 앞두고 있는 직지 다큐 영화 '금속활자의 비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333년 교황의 서한문을 발견하게 된 계기는.

 -현장에서 발견했다기 보다는 영화관련 리서치를 통해 그런 중요한 문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해 9월 28일 촬영을 하게 됐다. 서한문이 있던 바티칸 수장고는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워 현지 이탈리아 사람이면서 직원인 섭외를 통해 찾아냈다.

 ▶교황의 서한문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었는지.

 -라틴어로 '존경하는 고려인들의 국왕께'라고 시작하고 있으며, '고려왕도 기독교로 개종해라',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잘 대해줘서 고맙다'. '하나님을 잘 섬겨서 고려가 평화로운 나라가 되길 바란다' 등의 선교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과 유럽의 교류 등 한국교류사를 수정해야 할 정도의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어떤 고증을 거쳤는지.

 -권위있는 학자들의 고증을 받아야 해서 라틴어와 라틴어 문학의 권위자인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와 장동훈 인천카톨릭대 교수 등의 고증을 거쳤다. 모두 무척 놀라면서 고증을 해주셔서 영화에 그 부분을 담았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임진왜란 때 세스페데스 신부가 1594년 한국에 최초로 온 유럽인이라는 공식기록도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직지 영화를 통해 부각시키고 싶었던 것은.

 -처음에 추적하고 싶었던 것은 과연 고려와 유럽이 직접 교류를 했는가 하는 부분과 2005년 엘 고어가 고려를 방문한 유럽사제가 금속활자에 대한 설계도를 구텐베르크에 전해줬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현재 인공위성을 만드는 기술과 맞먹는 금속활자 기술이 우리나라가 최고이고, 우리가 구텐베르크보다 앞선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 그러다 직지의 내용을 살펴 보면서 누가 먼저이고, 누가 우수하다 보다 곳곳에 들어있는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을 발견했다. 그래서 제작 중간에 직지가 인쇄기술의 우수함을 뽐내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하나됨을 깨우쳐 주기 위해서 프랑스에 메신저처럼 가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번 영화를 제작하면서 우리의 유산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됐을 것 같은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세계 수많은 도서관과 문자들을 새롭게 조명하고 싶다. 그동안 우리는 유럽에서 전달해주는 역사를 그대로 배우고 인식했다. 그동안 누구도 증거가 불충분하며 왜곡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바티칸은 50km가 넘고 아비뇽아카이브는 20km가 넘는다. 그것들만 다 뒤져도 유럽과 동양의 교류흔적들을 찾을 수 있다. 이번 직지로 그 포문을 열고 새로운 역사들을 발견해 내고 싶다.

우광훈 감독

 ▶우리는 어떤 과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직지의 내용과 기술적인 중요성이 함께 조명돼야 한다. 하나만 강조해서 누구를 공격하고 우리의 우수성을 강조하다 보면 상대는 더 감추려고 한다. 따라서 큰 틀에서 인류공동의 기술과 유산이라는 점을 서로를 인정하면 가야한다.

 ▶다큐 영화 직지에 대해 더 설명하고 싶은 것은.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동기는 프랑스에서 구텐베르크보다 78년 앞선 직지라는 책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문화적 충격을 받고 한국을 찾아온 캐나다인 데이빗 레드먼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데이빗 레드먼을 공동감독으로 선임하고 독일계 한국인 '명사랑'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동서양의 객관적 시각을 갖췄다.

이번 영화는 내년 초 국내 개봉을 하고 유럽에도 상영할 예정이며, 각종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다. / 송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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