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숲해설가

볕이 강합니다. 파란 하늘에 따가운 볕은 생명들에게 가을을 알리는 방법입니다. 이제 무심천의 생명들은 마지막 남은 일을 마무리를 지어야 합니다.

가을의 풍요로움은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 기간이며 떠나야 하는 생명들에게 자신의 유전을 건강하게 남겨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렇게 가을은 깊어 갑니다. 무심천 담수어 조사도 가을이 풍요로움으로 살이 오른 물고기들을 만나곤 합니다. 모래무지는 손바닥보다 크고, 팔뚝만 한 가물치는 수면으로 머리를 내밉니다. 몸에 윤기가 흐르는 누치는 하천 바닥에 떼를 지어 다니며, 물살이 쌘 곳에선 큰 쏘가리가 사냥을 다닙니다.

이번에 만날 물고기는 우리나라 하천에 가장 많이 서식하는 피라미입니다. 피라미는 예로부터 친숙한 물고기로 현재도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는 대표적은 담수어입니다. 피라미는 작은 물고기를 낮게 부르기도 하며, 다른 것들에 비해 하찮다.라는 뜻을 품기도 합니다. 보통 식물에선 달개비라고 부르는 닭의장풀과 비슷한 위치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쉽게 만나고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피라미는 전국의 하천에 분포하며 가장 넓은 지역에 많은 개체가 살고 있는 최대 우점종이기도 합니다. 무심천에 담수어 조사를 통한 결과도 피라미의 비율은 20% 이상 차지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채집된 물고기 다섯 마리 중에 한 마리는 무조건 피라미라는 이야기입니다. 피라미는 수컷을 가래, 가리, 개피리, 꽃갈, 불거지라고 부르고 보통 참피리, 피리, 피라미 등으로 불립니다.

그 외도 400개 넘는 방언으로 불리니 친숙한 물고기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민물고기를 대표할 수 있는 종이기도 합니다.

피라미는 몸이 대부분 은백색이며 등 쪽만 청갈색인데 끄리, 갈겨니, 눈불개, 치리도 유사한 모습입니다. 바닷물고기 역시 멸치, 꽁치, 고등어도 같은 색의 형태를 띠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물살을 가르며 살아가는 물고기의 특징이기도 한데 물 위에서 포식자가 내려다보면 등 쪽의 청갈색은 물의 색과 닮아 눈에 잘 보이지 않으며, 배 쪽의 은백색은 물 밑에서 하늘을 봤을 때 피라미의 배와 밝은 하늘이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에 착시효과를 주게 됩니다.

쉽게 풀이하면 포식자 눈에 쉽게 띄지 않기 위해 몸의 색을 맞춰놓은 것입니다. 모래무지 역시 등은 모래색 배는 흰 백색을 갖고 있습니다.

피라미가 예전부터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서식하는 우점종이라는 의견에는 분분한 의견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갈겨니나 참갈겨니가 더 많이 우점 했지만 하천의 공사로 인해 피라미가 더 우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피라미는 2급수에서 서식하지만 실제 3급수에도 서식이 가능합니다.

그에 비해 갈겨니는 1급수에서 2급수까지 서식이 가능한 물고기입니다. 그래서 무심천에는 1975년에 갈겨니가 채집된 후 한 번도 채집된 기록이 없습니다. 또 피라미는 하천의 보나 댐 등 인공적인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는 물고기입니다.

하천의 인공적인 변화에 피라미의 개체 수가 증가한 이유에는 다음과 같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헤엄치는 힘이 모자란 새끼 피라미가 장마로 인해 빠른 물살에 견디지 못하고 하류로 휩쓸려가서 바다로 유입되어 개체 수가 적어지지만 현재 인공적으로 조성한 하천은 유속이 느려서 새끼 피라미가 성체만큼 자라 다른 상류까지 충분히 올라오기 때문에 피라미의 개체 수가 더 많아진다고 합니다. 따라서 피라미는 하천의 보와 댐의 숫자에 민감하게 증가하는 생태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하천의 인공적인 변화는 피라미가 원해서 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피라미가 환경 변화의 주범도 아닙니다. 다만 그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서 나온 결과가 전국에 가장 많은 우점종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피라미는 작고 하찮은 표현의 물고기이지만 거꾸로 가장 크고 위대한 민물고기이기도 합니다.

서유구 선생의 '난호어목지'에는 "좁고 납작하며, 생긴 모양이 버들잎과 같다. 은백색의 아름다운 색깔을 지니고 있는 까닭에 사랑스럽게 보인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버들잎 닮은 아름다운 피라미는 무심천에서 자주 만날 수 있지만 곧 무심천의 하천변에 버드나무는 벌목을 한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무심천에선 버들잎을 보기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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