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와 각 시·군이 시장활성화를 위해 약 180억원을 투입해 만든 각 지역의 전통시장 고객지원센터가 대부분 상인회 건물로만 사용되고 있거나 문을 걸어잠근 채 운영조차 되지 않고 있어 혈세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재래시장 66개 가운데 고객지원센터가 건립된 곳은 23곳에 달한다. 하지만 23개 가운데 상담사를 배치하고 고객지원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중부매일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23곳의 전통시장 고객지원센터 중 20여곳은 상인회 건물로 이용하고 있다. 특히 국비 4억5천600만원, 도비 7천600만원, 시비 2억2천800만원이 투입돼 지난해 지어진 청주 내덕자연시장의 경우 지역민들에 따르면 1년 반째 고객지원센터 건물 문을 걸어 잠궈 시장을 찾은 고객들이 불편사항을 접수할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지역민들에 따르면 3억 6천만원이 투입된 청주 사창시장도 오전에만 간간히 상인회 직원이 사무실에 상주할 뿐 실질적으로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우편함에는 수개월 전의 우편물들이 쌓여있을 정도로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또 전화번호가 잘못된 경우도 4곳이나 있었고 인터넷을 통해 고객지원센터의 대표 전화번호를 찾을 수 없는 곳도 7곳에 달했다. 민원이나 불편사항이 발생해도 유선상으로 문의 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전화를 받은 9곳의 전통시장 중 6곳도 '고객지원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대부분의 고객지원센터는 현재 상인회 사무실이나 상인 동아리실 등으로 이용하는 것이 전부였다.

청주 육거리시장과 단양 구경시장 정도가 올해 안으로 상담사를 채용하고 배치할 계획이다. 충주 자유시장 등 일부는 상인회가 상주해 고객지원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게 전부이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상인회는 시장 상인들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는데 상담원 등 상주인원을 배치할 여력이 안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고객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한 충북도는 이같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있다.

충북도는 '전통시장 고객지원센터 지원 및 운영현황'을 제시하며 모든 고객지원센터가 제대로 운영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도 관계자는 "1년에 2번씩 지역 전통시장을 방문해 고객지원센터 운영현황을 조사하고 있고, 대부분의 고객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현장 사정과는 전혀 다른 답변을 했다.

중부매일의 자체 조사 결과를 제시하자 충북도 관계자는 "고객지원센터로서 기능은 못해도 화장실만 이용하는 수준이더라도 고객들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궁색한 답변을 반복했다. 이 관계자는 또 "상인들이 상담원을 상시배치해 센터를 운영하기는 조금 힘든 것은 일정부분 인정한다"며 "충북도나 각 시·군에서의 상담사 지원은 예산상의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김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