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점검] 위기 맞은 충북 MRO사업

이시종 충북지사가 29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청주국제공항 MRO사업 불참통보'와 관련해 충북도의 입장을 밝히고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 지사는 "아시아나항공의 불참이 MRO사업 추진 실패는 아니다"라며 다각적인 방향으로 사업추진을 이어갈 것을 밝혔다./신동빈

[중부매일 한인섭 기자] '황금알'을 낳을 것으로 기대됐던 청주공항 MRO사업이 정부의 알맹이 없는 지원정책과 경제성을 고려한 항공업계의 잇단 이탈로 '좌초' 위기를 맞았다. 국토부의 '항공정비 시범단지 지정'과 지식경제부의 'MRO 유망 거점지역' 지정에 따른 지원책과 민간업체들의 참여를 낙관하며 단지조성에만 1천162억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수립했던 충북도는 사업 향방이 모호해져 당분간 '탈출구'를 쉽게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29일 충북도청 기자회견장에서 가진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청주공항 MRO사업 추진 사업자로 충북도와 MOU를 체결한 아시아나항공이 사업계획서를 국토부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며 "이번 조치가 MRO사업 추진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다만 "사업범위를 MRO사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항공물류, 항공서비스, 부품제조업 등 전반으로 확대 하겠다"고 덧붙였다.

충북 MRO사업이 이같은 처지로 내몰린 것은 정부가 항공정비단지 지정 등 허울좋은 정책적 결정만 내린 후 민간업계와 지자체에 개발에 따른 재정(예산)과 사업물량 확보 등을 모두 전가하는 방식을 취했던 것을 핵심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정부는 2009년 12월 청주공항을 항공정비시범단지로 단독 지정한 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2월 청주공항 MRO사업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지식경제부 역시 같은해 11월 'MRO유망거점지역'으로 지정했고, 국토부는 2011년 1월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종합계획을 고시했다. 2013년에는 청주공항 MRO단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충북도는 이같은 정부 방침에 맞춰 KAI와의 MOU체결(2010년 1월), 국방부 용지교환 합의(2010년 2월), 항공정비단지 대체부지 매입(2014년 10월) 등 절차를 밟았다.

아시아나항공이 청주국제공항 MRO사업의 포기를 선언했다. / 중부매일DB

그러나 2014년 10월 KAI가 충북도와 결별을 선언한 후 경남도·사천시와 MOU를 체결하면서 첫번째 위기를 맞았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여서 국영기업체로 분류되는 KAI의 '경남行'은 정부와 정권 차원의 의지가 반영된 예사롭지 않은 결정이라는 시각도 대두됐다. 충북도는 다행히 아시아나항공과의 MOU체결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2015년 1월 19일 국토부가 발표한 '항공정비산업 육성 방안'은 '청주공항 항공정비 시범단지 지정·MRO 유망 거점지역' 지정을 사실상 뒤엎는 '시그널'이었다. 당시 국토부가 발표한 MRO 지원 방침은 민간업체(전문 MRO 업체)와 지자체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면 부지, 시설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방침은 사실상 공모 형식을 취하겠다는 것이어서 청주공항의 종전 기득권이 사라진 조치였다.

결국 KAI는 정책적 성과물을 내놓아야 했던 국토부가 '항공정비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던 지난달 20일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사업을 선점했다. 반면 아시아나는 '불참'을 선언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의 무책임한 파트너십도 눈총을 받을 수 밖에 없게됐다. 아시아나는 사업 추진 의지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던 KAI가 발을 빼자 충북과 손을 잡았으나, 결국은 다양한 사업기회를 빼앗은 꼴이됐다. 충북경자청 관계자는 "아시아나가 긍정적으로 사업 검토를 하고 있다는 답변만 하다 이렇게 됐다"며 "국적기 항공사로서 책임있는 행태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KAI에 이어 아시아나도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충북도의 안이한 대응도 질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충북도는 단지 조성 예산 편성·심의과정에서 아시아나의 사업의지를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는 의회 등의 지적에 대해 그동안 낙관적 태도만 보였다. 이에 따라 충북도의회 새누리당 소속의원들은 경제자유구역청장 경질을 요구하는 등 격앙됐다.

대규모 투자된 사업비에 대한 해법도 '골치 덩어리' 이다.

충북도는 당초 항공정비사업을 전제로 한 에어로폴리스지구에 1천162억원(1지구 452억원·2지구 71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미 1지구에는 연말까지 확보된 358억원 중 212억원(미집행 146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2지구 역시 확보된 108억원 중 34억원(미집행 74억원)이 집행될 예정이다.

이시종 지사는 "1지구는 충북선 복선전철사업 구간과 연계된 부분을 제외하고 마무리할 계획이고, 2지구는 설계를 중단한 상태"라며 "유상임대 또는 분양 등 방법으로 투자비 일부를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아시아나의 참여가 무산된 것은 할말이 없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MRO와 신공항 사업까지 경남권에 치중하는 정부의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한인섭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